'정혁준' 한의사는 한의사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좋은 약들을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를 인터뷰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한의학은 병 고치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 고치는 학문이라는 말이었다. 인터뷰동안 이 말을 여러 번 강조했는데 여기에 ‘한의학’ 이 가진 본질과 철학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Q : 한초당한의원에 들어서니 한곳에 오랫동안 진료를 보아온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데요. 이렇게 오랜시간 한곳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특별히 관심을 두고 보는 진료를 보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혁준 한의사 (이하 ‘정’) : 임상 20년이 넘다 보니 내원하는 환자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1차 진료기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를 볼 때, 제가 볼 수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누고 제가 치료를 할 수 있다면 굳이 2,3차 병원까지 가시지 않아도 되게 합니다. 아픈 환자가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면 그 또한 병을 키우는 거죠. 그게 1차 의료인으로서 한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지역은 학생들, 수험생들이 많아 그들을 위한 진료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Q : 지역 특성상 수험생이 많은 이유로 수험생을 보니 생애전환기 보건의학에 관심이 생겼다..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정 : 제가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병 보다는 ‘사람’ 입니다. 한의학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람을 보라’ 고 배웠어요. 단순히 어디가 아파서 온 사람의 병을 보기 보다는, 한 사람을 아기 때 보고, 학생 때 보고, 결혼하기 전에 보고..이렇게 생의 전반에 걸쳐서 보는 거지요.

여성분 같은 경우는 출산하고 갱년기, 폐경기가 중요합니다. 이때 이분들의 몸의 변화를 살펴보고 때에 맞게 처방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한의사는 지역에 오래 있으면서 한 사람의 생애 전체를 쭉 아울러서 봐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1차 의료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사이기에 가능하죠.

Q : 모본의 농축탕약들이 학생들 치료에 잘 적용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원장님이 모본 임상연구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달라진 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 : 동기 한의사 선생님들이 모였다고 해서 ‘모본 임상연구’의 회원이 되었는데요. 한의사가 계속 혼자 공부하고, 학회에 많이 나가고 하다 보면 치료 술기에 대한 궁금한 것도 많아집니다. 한의학의 장점이자 단점이, 한의사가 혼자 다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한의사 되고 한의학 공부가 되게 할 것이 많기도 하고, 또 재미있었어요. 반면에 그 재미있는 것이 한도 끝도 없어요. 어떤 때는 진짜 진료도 멈추고 한 몇 개월 어디 들어가서 책만 읽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Q : 아까 말씀 중에 한의학 공부 시작할 때 ‘사람을 보라’ 고 배웠다 하셨습니다. 조금 더 부연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정 : 아이들을 많이 보다 보면, 시기에 따라 주어야 하는 약들이 다릅니다. 어린 아이에게 학습에 필요한 약을 주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1차 급 성장기가 약 12세 정도인데요, 그때는 키 크는 약을 줍니다. 면역에 관계된 약은 3살 때 주고요. 우리 조상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약 먹였는데요, 인간의 면역과 성장에 맞춰서 약을 사용했어요. 성장이 단순히 키 이야기가 아니라 생애변환기를 맞이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돼요. 고3 아이들을 보면 머리좋고, 성격좋고, 건강한 아이가 있는 반면에 셋 중에 하나나, 둘 부족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 역으로 추적해 보면, 결국에는 다 생애전환기에 몸과 마음이 덜커덕거린 친구들이에요.

Q : 아이들의 성장에 관계되는 일을 하시다보면, 아이들의 부모님과의 기대치 같은 게 달라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으시겠어요.

정 : 그렇죠. 아이들 같은 경우는 피드백이 잘 안돼서 어렵습니다. 어른은 약을 먹고 나면 바로 반응이 오는데 아이들은 그런 얘기가 없거든요. 비염의 경우는 눈에 바로 보입니다.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면역이 약해서 감기에 잘 걸려요. 또 소화기계통, 학습할 때 아이들이 피곤하고 체력이 달리는 친구들 보완해 주는데요. 이런 아이들 약 먹고 바로바로 낫습니다.

Q : 우리가 질병에 걸리면 쉽게 양방의원을 찾아가는데요. 그렇게 양방 의원을 쉽게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아프면 한의원에 오는 게 좋다고 말 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정 : 서두에 말한 1차 의료의 역할, 제가 볼 수 있는 부분을 보고 아니면 보내드리는 역할을 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가 한의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검사라고 있어요. 저희가 검사기를 못 써서 제일 억울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병이 났다고 검사기를 써서 무조건 찍어본다거나, 검사해야 한다거나 하지 않아도 돼요. 근데 이것을 기계가 있는데 검사를 안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기계가 없어서 안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다릅니다. 보는 입장에서 달라요. 저희가 만약, 검사기계를 한의원에 둘 수 있게 되면 검사 유∙무를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고, 한의원이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어요.

아기 낳기 전이면, 결국 자신을 닮은 아이가 나오니까 아기를 갖기 전에 뭘 좀 더 좋게 바꿔볼까..하는 거죠. 이미 우리 조상들이 며느리 들어오면 치성을 드리면서 좋은 약을 줬던 것이, 난자 때부터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거거든요. 아이가 태어나면 좋은 교육을 시키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음식을 먹고 더욱 좋게 하는거. 그게 한의학적인 양생법이에요.

Q : 한의사 선생님들이 모본 임상연구 말고도 여러 연구회나, 또는 지역 연구회에 소속돼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한의학의 임상적인 부분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라고 생각 되는데요. 지금 모본에 계시지 않는 분들, 혹은 이제 막 시작하시는 선생님들한테 모본 임상연구의 장점을 알리고 활동을 권하는 말씀 주시지요.

정 : 모본 임상연구에서는 치료제제, 제형, 치료수기 등을 감추지 않습니다. 다 공개하고 열어놓고 있어요. 실제 케이스를 커뮤니티에 잘 정리해서 올려놓은 거 보면, 평소 궁금했던 거, 안되는 부분들을 치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선∙후배분 중에서 잘 아시는 분도 있으니까, 보고 배울 수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짧은 시간에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자기가 노력해서 그 위치까지 가려면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 이유로 학회에 관심도 많고 어딘가에 소속하려고 그러지요.

저는 필요에 따라 달인 탕약과 농축탕약을 섞어 쓰기도 합니다. 환자분들한테도 설명해 드려요. 그것이 한의사의 역할이구요. 모본의 농축탕약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면 요즘 환자분들은 다 똑똑하셔서 알아서 잘 선택하시고 휴대하면서 드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