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30] '인증'하는 시대의 '한의학'(1)
경험하는 모든 것을 인증하는 세상
한의학의 효과도 인증으로 공유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사람'고치는 의학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여 '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하고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집중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그래서 특별하거나 생소하거나 예스러운 의학이 아닙니다. 매우 현대적인 개념의 '예방의학'에 주력한 의학입니다. 아프고 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방의학은 더욱이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개별처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n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증하는 시대의 한의학
세상의 속도는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좁아지고 있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내게 공유되어 생생하게 화면으로 펼쳐진다. 이탈리아 할머니의 요리 비법은 내 할머니의 요리비법보다 빨리 익힐 수 있고 부엌에서 실현된다.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명징하게 증명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야 무엇이든 믿는 시대이다. 이것은 논리가 필요한 과학적인 부분 뿐 아니라 생활의 전반에서 그러하다. 일단은 눈에 보여야 믿는다. 실체가 없으면 믿을 수 있는 증거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이든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인증을 한다. 물건이 좋아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혀로 맛을 느낄 수 없어도 일단 맛 있는 음식이라면 사진으로 찍거나 동영상으로 찍어 인증을 한다.
어디 인증 뿐인가. 그것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후기로 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무엇이 좋았다든가, 어디에 좋았다든가. 특별히 더 좋은 것은 무엇이었고, 사용법은 이러하다든가…하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거나 음식점을 고를 때 그런 후기에 더 의존한다.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려야 자신의 선택이 틀림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사람들의 인증이나 후기는 단지 인증하고 후기를 쓴 그 사람에게만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인증이나 후기는 한 사람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그것에 대해 좋거나 나쁘다고 느끼는 것은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백이면 백 다른 개인차가.
경험하는 것들까지도 인증하는 세상
우리는 체하면 어디선가 들어서 알고 있는 행동을 하는데, 엄지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 사이의 살을 꼭꼭 눌러주는 것이 그렇다. 양쪽 손을 번갈아가면서 이렇게 꽉 눌러주면 어느새 체한 것이 내려간다고 믿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리고 이 행동에 대해서 별스런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아픈 곳이 배 인데, 배가 아니라 손등과 손바닥을 꽉 누르다니. 손바닥과 손등이 배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믿는다. 체 했을 때 이렇게 엄지와 검지 사이의 손바닥과 등을 누르면 좋다고. 그래야 체 한 것이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이미 경험적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가벼운 몸의 아픔에 대해 의심 없이 행동하면서, 한의학은 사정 없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제법 있다.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서 ‘맛’이 느껴지지 않는 음식에 맛있겠다고 감탄은 하면서 한의학에서 시침 하는 것을 보면 의심부터 하고 본다.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몸을 ‘살아 움직이는 몸’으로 보았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가 흐르는 몸으로 보았다. 더욱이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몸은 근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몸과 다르다. ‘동의보감’에서의 몸은 정(精),기(氣),신(神)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기,신이 흐르고 그것으로 사람의 몸이 움직인다고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으로 인해 아픈 곳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위에 시침을 하기도 한다.
이 부분이 젊은 한의사들이 처음 한의대에 들어가서 수업을 받으면서 한의학에 대해서 과학과 연관지어 많은 의심을 떠 올리는 부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가 우리의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분명히 어떤 메커니즘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과학을 더욱 포괄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인간’ 살리는 학문이 한의학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즈음에 졸업을 하게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임상의가 되고 난 후라 하더라도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병의 원인과 본인이 처방하는 약의 효능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효능을 가진 성분의 약을 먹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약이 자신의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해 한다.
배가 아픈데 귀 뒤쪽에 시침을 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이것을 의심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다. 요즘 환자들도 과학교육으로 인해 시침이나, 또는 한의학적 치료 원리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따라서 한방 처방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효능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한 고객의 니즈를 과학적으로 채워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고객은 그 설명을 듣고 자신의 병에 대해서 인증 하려고 시동까지 걸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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