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전 단계를 미리 알 수 있는 검사, '액체생검'

액체생검 - 암이 생길 때 발생하는 혈액이나 조직속에 발생하는 특정 조직을 찾아 분석
이미 암세포가 성장 한 후에 눈으로 확인하는 영상진단의 한계를 뛰어넘어
  • 오혜나 기자
  • 발행 2024-01-05 15:27

[암세포를 공격하는 우리몸의 면역세포 NK세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느닷없이 몸에 찾아온 암은 놀람과 걱정을 넘어 삶의 전반을 바꾼다. ​

건강검진을 하면서 영상진단으로 이상 소견이 있으면, 조금 더 심도있는 검사를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는 경험이 직 간접적으로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결과 나와봐야 알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불안함을 감추기 어렵다.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들으면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리지만 그 반대의 경우, 이렇게 되도록 미처 몰랐는지 자책하기도 한다.

​암이 더 커지기 전에, 암의 씨앗이 자라려고 할 때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이 걸릴것을 미리 알 수 있으면 더 이상 암이 크지 않도록 무언가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암단계에서 암을 확인하는 액체생검 - Liquid Biopsy

"액체생검"이란, 암이 생길 때 발생하는 혈액이나 조직 속에 발생하는 특정 조직을 찾아내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암세포는 자신의 세를 늘려 분열할 때 유전자를 변화시켜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유전자 변화를 액체생검의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다.

액체생검은 조직 검사에 비해 빠르고 간편하며, 종양세포 특유의 돌연변이 등을 분석한다. 이에 따라 거짓 양성(음성이어야 할 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가능성) 도 낮다. 따라서 액체생검은 암의 조기 발견, 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암 진단 방법은?

암의 진단이라고 하면 흔히, CT, MRI 등의 영상진단, 또 조직 검사 등으로 암을 진단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혈액 검사를 통해 '종양표지자'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조적인 방법일 뿐이고, 확진에 사용하지는 않는다.

영​상진단은 암의 확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영상진단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
영상진단의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영상진단을 통해서 암이 확인이 되려면 암의 크기가 최소한 1㎤ 정도는 되어야 영상에서 진단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영상진단으로 암을 확인했다는 것은 이미 암세포가 성장했다는 것을 말한다. 거기에 더해 암세포의 성장이 가져오는 전이도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에 매일 생겨나는 암세포가 어떤 이상에 의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리고 돌연변이 된 암세포는 왕성한 세포 분열을 시작하여 증식을 하게 된다. 계속하여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어내고, 신생혈관을 만들어내서 세를 부풀린다. 그렇게 세를 부풀린 암세포는 이동하여 전신으로 전이한다.


[사진= 암세포의 전이과정]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영상진단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암세포의 크기가 1㎤ 정도가 됐다는 것은, 암세포가 신생혈관을 만들어 급격하게 성장해 우리가 무서워하는 '암조직'의 상태로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 아니라, 암세포가 신생 혈관을 만들었다는 것은 영상진단을 하기 전부터 이미 '원격전이'가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암 덩어리의 발견은 면역계통의 이상 진행

우리 몸에는 정상적인 사람도 매일매일 암세포가 생겨나고 있다. 그 암세포를 우리 몸 속의 NK세포, T세포, 대식세포 등이 죽여버리거나 먹어버리면서 처리한다. 그러나 면역이 떨어지거나, 암세포가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암세포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결국은 암덩어리가 된다.

이 암 덩어리가 눈에 보이는 정도가 되면, 이미 10년 가까이 면역 계통의 이상이 진행되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암의 발생과 성장, 진화를 모르고 방치한 것이다.

눈으로 확인하기 이전에 암을 발견해 내는 방법 - 액체생검

암은 조기검진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암을 빨리 발견하면 그만큼 치료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고, 그 효과 역시 높다. 그렇다면 눈으로 확인하기 이전의 단계에서 암을 조기에, 빨리 찾아내야한다.

액체생검은 눈으로 확인되기 이전 단계의 암을 발견해낸다. 액체생검으로 전암 단계의 암을 발견해내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 눈으로 확인되기 이전의 '전암'단계
♠ 혈액을 통해 유입되는 단백질 조각
♠ 유전자의 변화로 인한 흔적

액체생검으로 암을 발견하면 암이 신생 혈관을 만들어서 전이하거나 악화되기 이전에 조기진단을 할 수 있고, 그것에 맞춰서 치료가 가능하다.

암은 단순한 한 가지 세포의 돌연변이만으로 인한 질환이 아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항암제를 사용할 때 조직 검사로 암의 특성을 확인한다.


[사진출처=CS한방병원 블로그'힐링노트']

위의 그림은 각각 다른 암을 분홍, 노랑, 하늘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암조직이다.
예를 들어, 하늘색 부분의 암조직만 확인하고, 그에 맞는 항암제를 쓴다면 하늘색 암세포는 파괴하더라도, 다른 분홍색이나 노란색의 암세포는 파괴할 수 없다.
하지만, 액체생검의 경우 전체적인 이상세포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암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재발'도 빨리 확인이 가능하다. '재발' 되었다는 것 역시 암이 꽤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액체생검을 이용하면 재발 전의 암도 확인이 가능하다.


액체생검이 유용한 이유는?

★ 검사를 통해서 전체적인 이상 세포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암 치료 시 약제 선택을 보다 더 정확히 할 수 있다.
★ 암 재발 여부의 경과 감시에도 유용하다.
★ 암에 대해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액​체생검, 어떤 사람들에게 좋을까?

액체생검은 아직은 임상적인 검증을 해나가야 되는 숙제가 남아있다. 또 검사 비용이 높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 액체생검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액체생검 검사법은 향후 4~%년 내에 암 진단 시장의 주류 검사가 될 것이라고(존스 홉킨스 대학 Dr. Bert Vogelstein)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액체생검을 하기에 좋은 대상자가 될까.

암의 가족력이 커서 암의 조기 진단에 관심이 많은 경우, 암 치료 중, 재발 여부에 대한 감시를 적극적으로 하길 원하는 경우 등이다.

액체생검의 장점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전암 단계에서 암을 발견할 수 있다.
2. 암이 커진 후에 발견하는 영상진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3. 암 발생 이전의 '전암단계'에서 발견하기 때문에 예방조치가 가능하다.
4. 몸 전체의 이상세포를 다 확인하기 때문에 암 치료 시 해당 암에 대한 약제 선택을 정확히 할 수 있다.
5. 암 치료 중, 암 재발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우리가 암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암의 발견은 암이 진행된 이후에나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확인이 될 정도의 암은, 꽤 오랫동안 진행된 암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자책과 실망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암을 빨리 알 수 있다는 것은 미리미리 암을 치료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간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도움말 = CS한방병원 한의학박사 이경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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