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정신건강, 기온 1도 상승 시 우울감 13% 증가

과도한 열기·습도가 스트레스 고조…우울감 높인다
서울대 연구팀, 폭염,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도 늘린다
  • 김보희 기자
  • 발행 2024-09-19 15:0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폭염이 건강 위기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발생한 폭염으로 3,505명이 온열질환을 겪었고, 이로 인해 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8년에 기록된 4,526명 이후 가장 높은 숫자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건강 문제를 넘어 정신 질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덥고 힘든 날씨는 스트레스를 높이고 공격성을 유발해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 기온 상승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1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참여한 21만9,187명을 분석한 결과 기온 상승과 우울증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거주 지역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1961~1990년)보다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살펴보았고, 이 차이가 우울 증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우울 증상을 느끼는 비율이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염이 정신 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6대 도시에서 폭염과 정신 질환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고온 노출이 정신 건강 악화로 인한 입원을 증가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11년 동안의 조사에서 기온이 29.4℃ 이상인 기간 동안 정신 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경우가 16만6,579건에 이르렀고, 이 중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이 비율이 19.1%로, 젊은 층보다 고온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폭염으로 인한 정신 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높았고,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로 집계되었다.

연구팀은 지나치게 덥고 습한 환경이 신체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체온 조절 능력을 저하시켜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상혁 교수는 "평소에 적응한 기온보다 더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불편함과 수면 장애가 생기고, 그로 인해 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기후 변화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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