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운동도 치료도 유튜브에서? 건강정보 위험한 경계선

확산되는 유튜브 건강 콘텐츠, 신뢰 기준 마련 필요성 대두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6-02-03 05:38

▲ 유튜브가 ‘건강 검색창’이 된 시대, 자극적인 문구와 판매 중심 콘텐츠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판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유튜브는 이제 ‘건강 검색창’이 됐다. 증상 설명부터 식단, 운동법, 치료 후 관리까지 병원에서 묻기 전에 먼저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같은 주제라도 영상마다 결론이 완전히 다르고, 어떤 콘텐츠는 정보보다 ‘판매’가 앞선다는 점이다.


특히 암처럼 불안이 큰 질환일수록, 혹은 “5분만 하면”, “공복엔 독”처럼 자극적인 문구가 붙을수록 판단이 더 어려워진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가 발표한 분석 결과는 이런 혼란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 암 콘텐츠 10개 중 3개는 광고 성격…특정 업종은 80%대

대한종양내과학회는 2024년 11월 ‘제7회 항암치료의 날’ 행사를 계기로 한국어 암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분석해 공개했다.


주요 키워드 10개를 기준으로 상위 노출 영상들을 수집해 중복을 제외한 491개를 살폈고, 이 가운데 34.8%가 광고·홍보성 콘텐츠로 분류됐다.


특히 한방·요양병원 관련 콘텐츠는 85.7%, 중소·개인병원 제작 콘텐츠는 89.9%가 광고 성격으로 나타났다. “치료법”이나 “식이·생활습관 처방”처럼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를 다룰수록 광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학회가 함께 제시한 포인트는 단순하다. 암 정보는 ‘누가 만들었는지’를 먼저 보라는 것이다. 영상 제작자의 소속과 해당 진료과 공개 여부, 전문의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종양내과 등 전문 의료진이 제작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라는 권고다.


▲ 암 발생을 검색하면 다양한 유튜브 건강 콘텐츠가 한꺼번에 노출된다. 본문 내용과 위 이미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 “공복엔 독”, “자면서 살 빠진다”…단정형 콘텐츠가 위험한 이유

암뿐만 아니라 식품·운동 분야에서도 ‘단정’이 문제를 키운다. “공복엔 독이 된다”처럼 특정 음식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거나, “누워만 있어도 살이 빠진다”처럼 과정을 생략한 표현은 클릭을 끌어올리기 쉽지만, 시청자에게는 오해를 남긴다.


전문가들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건 한 가지다. 건강은 한 가지 음식이나 한 가지 동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인의 질환, 복용약, 생활 패턴, 운동 경험에 따라 ‘같은 행동’이 도움이 되기도, 위험이 되기도 한다. 결국 영상의 신뢰성은 말의 화려함이 아니라 근거와 설명의 방식에서 갈린다.

◇ ‘AI 가짜 전문가’까지 등장…광고 규제도 움직인다

2025년 말부터는 유튜브·SNS 광고 시장에서 “AI로 만든 가짜 의사·약사”가 등장해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의 허위·과장 광고를 막기 위한 입법 논의도 본격화됐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개혁신당 소속으로 식품 표시·광고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해 AI 등으로 생성한 ‘가짜 전문가’가 효능·효과를 보증·추천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의가 말하니까 믿는다’는 심리를 악용한 콘텐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도도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치과 분야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올 1월 정기이사회 논의를 바탕으로, 불법·과잉·초저가 덤핑 광고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알리기 위한 유튜브 및 지하철 공익광고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 환자·독자가 바로 써먹는 ‘체크리스트’


유튜브 건강정보를 ‘보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다음 질문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

첫째, 누가 말하는가. 의료진이라면 소속 기관과 진료과, 전문의 여부가 공개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무엇을 파는가. 특정 병원·제품·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광고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식이·생활습관 처방처럼 ‘당장 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포장될수록 더 꼼꼼히 봐야 한다.

셋째, 근거가 있는가. “이렇게 하면 무조건 낫는다”처럼 단정하는 대신, 대상이 누구인지(연령, 질환, 치료 단계), 예외가 무엇인지, 위험 신호가 뭔지 설명하는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넷째, 영상으로 인해 진료를 미루거나 치료를 멈추게 되진 않나?  암·심혈관질환 등 중증 질환에서는 특히 위험하다. 영상이 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오히려 진료를 제대로 받기 위한 질문을 준비하는 도구로 쓰는 편이 낫다.

유튜브는 정보의 입구가 될 수는 있지만,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4년 암 콘텐츠 분석에서 확인된 높은 광고 비율, 2025년 말 논의된 AI 가짜 전문가 광고 규제, 2026년 초 추진되는 의료광고 공익 캠페인까지의 흐름을 종합하면, 건강 콘텐츠의 신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분별력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다.


이제는 플랫폼·전문가·제도 모두가 책임을 나누는 사회적 과제로 다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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