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면역 기억’이 알츠하이머 막는다…APOE4 보유자는 효과 저하

  • 강주은 기자
  • 발행 2025-09-11 12:05

▲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 (앞줄 왼쪽부터)안은영·박여진 박사, 진현지 연구원, (뒷줄 왼쪽부터)이위·박맑은·고영훈·김부윤·양혜진 박사.[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뇌 속 성상교세포(astrocyte·별세포)가 가진 ‘면역 기억’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다만 알츠하이머 발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인 APOE4 유전자형을 가진 경우 이 면역 기억 기능이 저하돼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고영훈 박사팀과 연세대 서진수 교수팀은 성상교세포가 감염 등 자극을 한 번 경험하면 이를 기억했다가 유사한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면역 기억’을 갖고 있으며, 이 과정이 뇌 속 미세아교세포의 아밀로이드베타 제거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내 타우 단백질, 신경세포 외부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축적돼 발생한다.


연구진은 성상교세포의 면역 기억이 미세아교세포의 식균작용을 촉진해 아밀로이드베타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APOE4 유전자형 보유자는 성상교세포의 면역 기억 형성이 대조군(APOE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 결과 미세아교세포의 단백질 제거 기능이 떨어지면서 아밀로이드베타가 더 많이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 알츠하이머 뇌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인간화 마우스를 이용해 이 같은 기전을 확인했다.


이번 결과는 뇌 면역 기억이 단순히 해로운 현상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예방의 새로운 방어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영훈 박사는 “APOE4가 성상교세포의 면역 기억을 방해하는 기제를 규명한 성과”라며 “향후 한의약 기반 성상교세포 면역 기억 조절제를 개발해 APOE4 보유자를 위한 맞춤형 예방 치료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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