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건강, ‘구강관리’가 좌우한다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1-24 12:27

▲초고령사회에서 치아 건강이 영양·근육·인지 기능까지 좌우한다는 연구가 이어지며,
구강관리를 노년 건강의 핵심 과제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노년 건강의 핵심 요소로 ‘구강관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치아 건강이 영양 섭취와 근육량, 인지 기능까지 좌우한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구강관리 정책을 고령사회 돌봄의 최우선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은 22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노인의 건강 악화는 뇌나 심장이 아니라 입 안에서 시작된다”며 “한 개의 치아를 지키는 일이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30여 년간 치매·장애인 구강진료 봉사를 이어온 임 회장은 ‘건강수명 5080 국민운동’을 주도하며 2050년 건강수명 80세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면 단백질과 칼로리 섭취가 줄고, 이는 근육 감소·체력 저하로 이어지는 ‘노쇠의 도미노’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도 씹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노쇠 위험이 2.68배 높았다.

그는 치매·노쇠 예방을 위한 구강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치매 어르신·가족·지역이 함께하는 돌봄 인프라 ▲방문간호·방문요양 체계 내 치과 프로그램 도입 ▲방문치과·치과위생사 진료 수가 신설 ▲전국 요양시설 정기 구강관리 의무화 등 4대 과제를 제안했다.

해외에서는 일본이 가장 앞서 구강 건강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은 1989년 ‘8020 프로젝트’를 시작해 80세 자연 치아 20개 보유를 목표로 삼았고, 방문 치과진료 제도를 확대해 치매 환자도 연 4회까지 구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6년에는 목표를 조기 달성했고, 흡인성 폐렴 감소와 의료비 절감 효과도 확인됐다.

반면 한국은 방문치과 수가 부재로 요양시설 노인의 치과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임 회장은 “반려동물도 방문진료를 받는 시대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제때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강 위생 관리의 기본 원칙은 ‘횟수보다 꼼꼼함’으로, 임 회장은 하루 한 번이라도 10분 이상 철저히 닦으면 세균이 다시 유해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48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칫솔 사용, 칫솔 3개월 주기 교체, 전동칫솔 올바른 사용, 불소 치약 활용, 양치 전 치실 사용, 정기 스케일링 등을 실천 수칙으로 제시했다.

초고령층의 주요 사망 원인인 ‘흡인성 폐렴’ 역시 상당수가 구강 세균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한 요양시설에서는 주 1회 구강관리만으로 폐렴 입원일수가 4분의 1로 줄고, 의료비 4억원이 감소한 사례도 있다.

임 회장은 “80세 폐렴 환자의 90%가 흡인성이고, 구강 위생이 나쁘면 폐렴 위험이 1.6배 높아진다”며 “구강관리는 치주질환 예방을 넘어 치매 진행 속도까지 늦출 수 있는 핵심 건강관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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