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늦어지고, 장은 멈춘다…겨울 대장암 경고

연말과 연초를 지나며 많은 사람이 생활 리듬을 잃는다.
잠드는 시간은 늦어지고, 식사는 불규칙해지며, 추운 날씨 탓에 몸을 움직이는 시간도 줄어든다.
이 변화는 가장 먼저 장에 나타난다.
변비와 복부 팽만, 배변 습관 변화가 반복되지만 “겨울이라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겨울 생활 리듬 붕괴가 장을 흔드는 이유
장은 하루의 생체리듬에 맞춰 움직인다. 일정한 시간에 먹고 자고 움직일 때 장 운동도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하지만 겨울에는 실내 생활이 길어지고 활동량이 줄어 장 운동이 둔해지기 쉽다. 여기에 야식과 음주가 반복되면 장 점막에 부담이 누적된다.
이 과정에서 배변 횟수가 줄거나,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변화가 생긴다.
대부분은 일시적인 기능 저하로 여기지만, 이러한 변화가 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대장용종이나 초기 대장암과 같은 질환을 놓칠 위험도 커진다.
◇ “용종은 공포가 아니라 기회”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많은 사람이 암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문정락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용종은 생각보다 흔한 병변으로, 모든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며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발견 즉시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을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의 상당수는 용종에서 시작해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 말은 곧, 용종 단계에서 발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장내시경이 ‘공포의 검사’가 아니라 ‘예방의 기회’로 불리는 이유다.
◇ 40대도 안심 못 하는 대장암
대장암은 더 이상 고령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에는 40대 이하에서도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붉은 육류와 가공육 위주의 식습관, 좌식 생활, 운동 부족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혈변이나 심한 복통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반면 초기에는 잔변감, 복부 불편감, 배변 습관 변화처럼 흔한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울철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계절 탓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 짧은 운동이 보내는 ‘분자 신호’
최근 연구는 운동이 장과 암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단 10분간의 고강도 운동 후 혈액 성분이 변하고, 이 혈액이 대장암 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뉴캐슬대 임상운동생리학자 새뮤얼 오렌지 박사는 “운동은 건강한 조직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혈류를 통해 강력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암세포 내부의 수천 개 유전자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 한 번의 짧은 운동만으로도 신체는 강력한 분자 신호를 보낸다”며 “모든 운동이 건강 보호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일수록 짧은 시간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장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검진과 생활습관, 함께 가야 한다
대장내시경은 현재 가장 확실한 대장암 예방법으로 꼽힌다.
검사 중 용종을 바로 제거할 수 있고, 이후 추적 관리 계획까지 세울 수 있다.
여기에 생활습관 관리가 더해지면 예방 효과는 더욱 커진다.
기름진 음식과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 역시 장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매우 좋은 암이다.
문제는 신호가 약하고, 계절 변화와 쉽게 섞여 버린다는 점이다.
겨울철 늦어진 잠과 느려진 장을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넘기기보다, 몸이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배변 습관 변화와 복부 불편감이 반복된다면 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 그리고 일상 속 작은 운동과 생활 리듬 회복이 대장암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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