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故김지미가 겪은 ‘대상포진’의 정체

최근 별세한 배우 김지미가 생전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흔한 병처럼 보이지만, 한 번 발병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의료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의를 당부해 온 질환이다.
특히 고령층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합병증 위험까지 있어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수두 바이러스’가 다시 깨어날 때…왜 이렇게 아픈가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킨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는 순간 다시 활성화되면서 시작된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이동하며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통증은 일반적인 피부질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물집은 수일 안에 나타나며, 고름이 차고 딱지로 변하는 과정을 10~14일에 걸쳐 거친다. 특히 병변이 눈 주변에 생기면 각막염이나 홍채염으로 이어져 시력이 손상될 위험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면역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서는 감염이 띠 모양 부위에만 머물지 않고 전신으로 퍼지는 파종성 대상포진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뇌수막염·간염·폐렴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치료는 가능한 한 조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하며, 시기를 놓치면 신경 손상이 심해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상포진의 통증이 ‘칼로 베는 듯하다’, ‘바늘 수백 개가 찌르는 느낌’이라고 표현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경을 침범한 바이러스가 피부로 내려오면서 직접적인 신경 자극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생긴 뒤 작은 물집이 띠 모양으로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발생 부위는 옆구리·안면·눈 주변 등 다양하며, 특히 눈 주위 발생 시 시력 손상이 생길 수 있어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고령층에서 치명적…일상생활 무너뜨리는 후유증도
대상포진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발생률은 6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암 치료,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이 약해진 사람은 젊은 나이라도 발병 위험이 높다.
문제는 피부가 회복된 뒤에도 이어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몇 달에서 몇 년까지 통증이 지속될 수 있으며, 특히 노인의 약 30%에서 발생한다.
전기가 흐르는 듯한 저림, 타는 듯한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렵고, 우울감·식욕부진 등 2차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걷기, 씻기, 식사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지기도 한다.
조기 치료가 핵심…첫 통증이 오면 바로 병원으로
의료계는 대상포진에서 초기 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바이러스가 활발히 증식하는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야 피부 회복이 빠르고 신경 손상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제·신경통 치료제·국소 마취 패치 등을 사용하며, 통증이 심한 경우 신경 차단술(신경 블록)을 병행하기도 한다.
물집이 터진 부위는 세균 감염에 취약하므로 청결한 관리가 필수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50세 이상은 미루지 말아야
대상포진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현재는 1회 접종하는 생백신과 2회 접종하는 유전자재조합 백신이 있으며, 두 백신 모두 50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이 권장된다.
특히 유전자재조합 백신은 면역저하 환자도 맞을 수 있어 예방 효과가 높다.
예방의 기본은 면역력 유지다.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절주, 균형 잡힌 식사는 대상포진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도 발표됐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은 웨일스 지역 노인 28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군이 미접종군보다 7년간 치매 발생 위험이 약 20% 낮았다고 보고했다. 치매 예방이 난제로 꼽히는 가운데 주목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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