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많은 날, 우리 몸에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늘이 뿌옇게 흐린 날, 우리는 흔히 “목이 좀 칼칼하네” 정도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 우리 몸 안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한 변화가 시작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입자가 코와 기관지를 지나 폐 깊숙이 들어가고, 일부는 혈관까지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대기오염과 초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는 단순한 호흡기 자극을 넘어, 장기적으로 암과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특히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폐포를 통과해 전신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혈압 상승과 혈관 수축, 혈액 응고 촉진과 같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국내외 역학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m³ 증가할 때 허혈성 심질환 발생 위험이 약 18% 높아지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도 28%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장기간 노출 시 허혈성 심질환이나 심부전 사망률이 유의하게 상승한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반복될 경우,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 혈액 응고 증가 등이 겹치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부정맥 발생 위험이 실제로 높아질 수 있다.
폐 깊숙이 쌓이는 염증
호흡기는 미세먼지가 가장 먼저 닿는 기관이다. 입자가 작을수록 하부 기관지와 폐포까지 침착해 염증을 유발하고 기도 과민반응을 증가시킨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COPD 진료지침에서도 장기간의 미세먼지 노출이 폐기능 감소 속도를 높이고 만성폐쇄성폐질환 악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천식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하면 증상이 악화되고, 입원 위험이 증가한다는 국내 건강영향 분석 결과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폐기능 성장 저하(소아)나 폐기능 감소 가속화(성인)가 나타날 수 있으며, 폐암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도 다수의 국제 연구에서 보고돼 왔다.
75세 이상 고령자, 고혈압·당뇨·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어린이와 임산부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질병관리청 역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일 때는 심혈관·호흡기 질환자와 노약자의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도 일시적으로 두통, 가슴 두근거림, 기침, 숨 가쁨을 경험할 수 있지만, 고위험군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심뇌혈관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미세먼지 많은 날, 몸을 지키는 방법
우선 외출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 등급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귀가 후에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해 점막에 남은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흡연을 삼가고, 조리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환풍기를 사용하며, 외부 농도가 낮은 시간대를 선택해 짧게 환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질환 관리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심뇌혈관 위험요인을 철저히 조절하고 처방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미세먼지로 인한 추가 위험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기침이 오래가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감기나 피로로 넘기지 말고 폐기능 검사나 흉부 영상검사 등 전문적인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40세 이상이거나 흡연 이력이 있는 경우, 국가폐암검진 지침에서 권고하는 저선량 폐 CT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의 외출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일시적인 노출이라도 심장과 폐 기능에 부담을 주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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