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공기·미세먼지에 잦은 기침…기관지가 보내는 적신호
따뜻한 실내, 하지만 거친 숨결…환절기 ‘기관지 피로’ 경고등

찬바람이 불고 실내 난방이 시작되면서, 따뜻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기관지에는 ‘험한 환경’이 되고 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실내 난방까지 더해지면 습도가 20%대까지 떨어지고, 공기가 바짝 마른다.
여기에 미세먼지가 겹치면 기관지 점막은 금세 예민해지고, 기침·이물감·목의 따가움 같은 증상이 잦아진다.
직장인 김모(38) 씨는 최근 들어 기침이 늘었다.
따뜻한 난방이 계속되는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있다 하다 보면 목이 마르고, 숨을 쉴 때마다 코와 기관지가 답답하게 막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는 “밖은 춥지만, 안은 너무 건조해 오히려 겨울보다 목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따뜻한 공기 속 ‘숨은 건조함’, 기관지 자극의 시작
겨울철 난방된 실내는 포근하지만, 공기 중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점막이 마르게 된다.
이때 기관지를 덮고 있는 점액층이 말라붙으면 미세먼지나 세균,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한다.
기침이 잦거나 목이 따갑고, 말을 오래 하면 쉰 목소리가 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전 출근 직후나 회의가 많은 직장인, 난방이 강한 카페·도서관·사무실 근무자에게서 이런 증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기관지가 미세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일시적인 기침과 인후통이 반복되기도 한다.
기관지뿐 아니라 코 점막 역시 건조한 환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습도가 낮아지면 코 안 점막이 마르고 얇아지며,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돼 코피가 날 수 있다.
특히 난방기 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는 자리에서 오래 앉아 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코속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우라면 이미 점막이 손상됐다는 의미다.
일반 의료계에서 겨울철 코피는 대부분 비중격 앞쪽 점막이 건조해져 생기는 일시적 출혈로, 습도 조절과 코세척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본다.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수건을 두는 습도 관리 외에도, 코 내부에 연고형 보습제를 바르거나 생리식염수로 세척하면 도움이 된다.
단, 하루에도 여러 번 출혈이 반복되거나 한쪽 코에서만 지속적으로 피가 난다면, 혈관질환이나 비강 내 염증 등의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환기 부족, 이중의 압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도 서서히 올라간다.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의 방어선을 통과해 폐포까지 들어가 염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추워진 날씨 탓에 창문을 닫아두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내 공기가 순환되지 못한다.
이때 난방기나 복사열기에서 나온 먼지, 섬유조각 등이 더해지면 ‘미세먼지 농축 공간’이 된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르면 실내 오염도가 오히려 바깥보다 높을 수 있다”며 “하루 두세 차례는 잠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공기청정기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습기와 수분, 그리고 ‘호흡 휴식’
기관지를 지키는 첫걸음은 습도 유지다. 실내 습도는 40~60%가 적정 수준이다.
가습기를 사용할 때는 매일 물을 교체하고 주 1회 이상 세척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가습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이나 물그릇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처럼 체내 수분을 빼앗는 음료는 줄이는 것이 좋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1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호흡 휴식’을 갖는 것도 기관지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숨쉬기 편한 공간’을 만드는 작은 습관
기관지 건강은 환경 관리에서 시작된다. 난방기나 히터 바람이 직접 얼굴에 닿지 않게 방향을 조절하고, 공기청정기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한다.
먼지가 많은 날엔 외출 후 코 세척이나 가글을 통해 점막에 붙은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것도 효과적이다.
곽원건 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관지 건강은 단기간 치료보다 꾸준한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며 “목이 자주 마르거나 코피가 잦을 때는 단순 건조로 넘기지 말고, 습도·환기·공기질 같은 환경 조정과 함께 전문 진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실내가 주는 안락함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건조함이 있다. 가벼운 기침이나 코피, 목의 따가움도 기관지가 보내는 피로의 신호일 수 있다.
습도와 공기질을 조금만 챙기면, 겨울 사무실의 ‘따뜻하지만 거친 공기’ 속에서도 호흡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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