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안 돼서 죽을 먹는 것이 과연 위장에 더 좋을까?
도움말: 내과 및 소화기 전문의 민영일

위는 음식물을 일정시간 저장함으로써 우리가 하루에 3번만 먹어도 공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위에서 나오는 위산과 위액은 단백질을 녹이고 분해하는 역할을 하며, 음식물에 섞여있는 각종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위장은 꿈틀거리며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걸쭉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우리가 속이 불편해서 토해보면 그 토한 것이 모두 죽과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음식을 치아로 씹고, 침이 나와서 적셔 주며, 위가 위액을 분비하는 것은 물론, 위가 마치 맷돌과 같은 역할을 해서 위 속에 들어온 음식을 더 잘게 부셔서 소화액이 골고루 닿게 하는 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위 속에서 죽과 같이 변한 음식물은 유문을 통해 위에서 소장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대개 위 속에 음식물이 머물러있는 시간은 2~6시간 정도다. 물은 2시간 안에 통과하고, 고기와 같은 동물성 음식은 6시간 이상 머무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음식은 모두 죽과 같은 상태가 되어야 소화 흡수가 가능해지며, 위 속에 음식물이 머무르는 시간은 대개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화가 안 된다고 굳이 죽을 먹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플 때에는 죽 역시 소화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어서 불편할 때에는 차라리 얼마간 금식을 하는 것이 낫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죽은 더 소화가 잘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죽을 먹으면 위장병이 나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세상에 죽만 먹어서 낫는 위장병은 없다. 죽만 먹어서 나을 병이라면 심하게 자극이 있는 것만 피하고 모두 드셔도 낫게 되어 있다.
물론 쌀로 죽을 쑬 경우 쌀이 부서진 채로 익으면 쉽게 소화가 된다고는 한다. 그러나 모든 식재료가 그런 것은 아니며, 쌀에 이런저런 식재료를 모두 섞어 만든 죽이라면 그런 식재료로 만든 일반 음식과 소화흡수에 별반 다르지 않다.
‘소화가 안 되니까 죽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이가 없거나 씹어서 삼키기가 힘든 경우에는 죽을 먹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큰 덩어리가 그대로 위 속으로 들어가면 위 속에서 쉽게 분해가 안 되므로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씹기가 힘들어서 죽을 드시는 경우, 늘 드시던 음식을 골고루 섞어서 믹서에 갈아서 죽을 쑤어서 드셔야지 흰죽 등 한 두 가지 재료만 죽을 쑤어 먹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영양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죽을 먹는 분들은 영양부족에 걸리기 쉽다.
한편, 위를 부분 절제하거나 전부 제거한 환자들의 경우 당연히 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위 수술을 받은 환자가 죽을 먹고 갑자기 메스꺼워지고 토할 것 같으며, 설사, 트림, 복통이 생기고 기운이 없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덤핑증후군’이라고 한다.
너무 진한 액체가 소장으로 단번에 내려가 몸의 수분이 장 내로 모여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곡류보다 육류를 먹는 것이 나으며 완전히 으깬 것보다 덩어리를 하루 6회 정도로 여러 번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이것은 일반에게 적용되는 식사법은 아니다.
‘소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죽이 나을 것이다.’는 막연한 생각은 버리고, 음식을 꼭 꼭 씹어 잘 삼키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프로필]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민영일 대표원장은 국내 소화기질환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의로, 서울대학교에서 내과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을 거쳤다.
이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과 검진센터 소장, 동국대학교병원 소화기센터장,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소화기질환 진료와 연구, 교육 현장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또한 대한헬리코박터연구회 회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 대한췌담도연구회 회장, 대한소화기병학회 회장, 대한소화기운동학회 회장, 대한건강증진학회 회장 등을 지내며 국내 소화기 의학 발전에 기여해왔다.
의사들이 뽑은 위장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으며, 명의 700명이 추천한 국내 최고의 명의로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이자 비에비스 나무병원(https://www.vievisnamuh.com/) 대표원장으로서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진료와 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다.
구재회 기자 /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