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잘 잊거나 물건을 잃어버린다면..'경도인지장애'단계부터 관리해야

인지기능은 떨어지지만, 치매와달리 일상생활 수행에 문제 없는 '경도인지장애'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를 제때 정확히 진단해야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3-17 15: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유엔은 고령인구(만 65세 이상)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유한다.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로 들어온 것은 '고령화 사회'로 들어온 2000년 으로부터 17년 만이다. 매우 빠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고령사회로 인해 생긴 '인구 고령화'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 또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는 같은 연령대에 비해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떨어지지만, 치매와 달리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치매 전 단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치매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위험성을 낮게 보거나 질환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대한치매학회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58%)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역시 10명 중 9명(88%)에 달했다. 대한치매학회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일반인 대비 5~15배 높다"며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를 제때 정확히 진단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위험 요인을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년기 기억력 저하, 경도인지장애 의심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는 정상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중간 상태에 해당한다. 정상 노화보다 인지기능 저하가 심하지만 치매로 보긴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치매 환자는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점차 저하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기억력이 나빠질 뿐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경도인지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려 하며, 자주 사용하던 물건의 이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기도 한다. 이밖에 과거에 비해 이해력·표현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증상들을 단순 노화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증상만으로 일반인이 정상적인 노화와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관리 필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높은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실제 경도인지장애가 있을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정상 노인 대비 약 5~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경도인지장애를 방치하면 언제 치매로 진행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위험성을 높게 보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인지기능이 악화되고 치매가 진행되고 있어도, 관련 위험 요인들을 적절히 관리하면 인지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인 동시에,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 셈이다.


한편, 나이가 들어서 건망증 때문에 어떤 중요한 일을 잊어서 낭패를 보는 경험을 하고 나면, 치매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병원에 가서 본격적으로 진단을 받는 것은 괜한 일을 크게 키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치매인지 의심만 하고 있자니 불안한 일이다.

◇ 치매와 건망증을 구분하는 방법

그렇다면 치매워 건망증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먼저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있을 때, 건망증은 “아, 참 맞아, 미안해”라고 기억해내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치매라면 전화를 하고, 약속을 한 일 자체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우리가 약속을 했었다고?, 우리가 전화를 했었다고?”라는 반응이 나타난다.

그밖에 건망증은 ▲열쇠, 지갑, 세금 고지서 등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나 한참 만에 찾는다 ▲전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자세한 부분들은 기억하기 힘들다 ▲기억력이 자꾸 감소하는 것 같아 메모를 하면서 가능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치매는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귀띔을 해주어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가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자신이 모르거나 부인한다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나빠진다 ▲과거 기억에 비해 최근 기억이 현저히 나빠진다 ▲전화 왔다는 내용을 전해주지 않는다 ▲돈 계산을 잘못하거나 거스름돈을 줄 때 실수한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매의 또 다른 특징은 기억력 감퇴와 함께 성격이 변하고, 언어·시간·공간 지각 능력 등이 함께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건망증은 이런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연령별로는 60세 이하면서 치매 가족력이 없으면 건망증 증세를 보여도 치매일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60세 이상에서 기억력 상실과 함께 행동 등 다른 변화가 동반되면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 진행을 촉진시킬 수 있는 위험 인자들을 주의하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힘써야 한다. 주의할 요소들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뇌혈관 질환과 잦은 흡연, 음주 등이 대표적이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이 같은 치매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동시에, 꾸준하고 활발하게 신체·사회활동을 유지하는 등 생활습관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치매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다면 치매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금연·금주와 함께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고, 적극적인 두뇌 활동을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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