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대신한 사람의 자리
인간이 조금이라도 편하자고 만든 키오스크
누구나 편리한 표준 기대
<얼마전 일 입니다. 넓은 매장에 두 테이블이 차 있는 브런치 식당을 친구와 둘이서 찾았습니다. 우리까지 포함해서 세 테이블 이었습니다.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 봤더니 키 오스크가 있더군요. 고전적으로 생긴 예쁜 식당에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박스프가 맛있는 집 이라길래 호박스프 두 개와, 친구와 제가 먹을 두 개의 접시를 주문했습니다. 곧 이어 음식이 나왔는데, 호박스프가 세 개인 겁니다. 친구가 주문한 음식에 호박 스프가 포함돼 있었던 것 입니다. 결국 우리는 호박 스프를 한 개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와서 주문을 했다면 "이 음식에는 호박 스프가 포함 돼 있습니다. 호박 스프를 한 개 주문하시는게 어떨까요?" 라는 안내를 받았을 것 이겠지요. 언젠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던 스페인에서 전채요리로 나온 음식을 또 주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스페인이야 말이 안통해서 그렇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입니다. 음식은 따뜻했지만 서비스는 따뜻하지 않은 씁쓸한 경험 이었습니다. - 편집자 주- >
사소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ARS가 전화를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어찌 보면, 시작부터 사람이 받기 보다는 ARS가 먼저 받아서 연결을 해 주고 가장 적정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받아서 일을 처리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더니 이제는 조금 큰 기업에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화를 하면 ARS에서 AI로 넘어갔다. AI 비서에게 말 하란다. 머쓱한 순간을 참으며 AI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말 했더니, 웬걸, 문장이 길어서 못 알아 들으니 짧게 줄여서 단어로만 말 하라고 명령이다. 그러더니 곧 이어 스마트폰으로 사이트를 연결 해 주고, 전화를 건 사람은 눈으로 본인의 스마트 폰을 보면서 알아서 본인이 일 처리를 해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4차 산업 혁명은 가히 혁명적으로 사람들 손 안으로 들어왔다. 굳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런 일이 이제는 크고 작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아도 주문을 하고 원하는 음식이나 음료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카페를 들어가면 얼른 매장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기 보다는 입구에 서성이는 순간이 많다. 입구에 주문을 받아주는 기계인 키오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는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이다. 보통 길가에 앞부분을열어두고 신문, 음료수, 사탕, 버스표 따위를 파는 매점형 건물을 발한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역의 편의점을 키오스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안내기기, 무인 주문기를 의미한다.
키오스크를 물건을 주문하거나 결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설비만 해당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공공기관에서 셀프로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장비도 키오스크이다. 이러한 키오스크가 공공기관에 들어온 데에는 정보서비스와 업무의 무인, 자동화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대부분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을 화면에 접촉하는 터치스크린을 채택하여 단계적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키오스크의 종류는
- 무인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매장의 바코드 결제기계나 마트의 셀프 계산대의 계산기계
- 지하철역에서 무인으로 교통카드 발급, 충전을 할 수 있는 기계
- 은행에서 돈을 뽑거나 인출할 수 있는 ATM
-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무인으로 주문, 계산하는 장비
- 화면을 터치해서 다양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기계
- 영화 관람권, 기프트카드, 팝콘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기계
- 주차된 차량을 인식하고 요금을 관리해 주는 무인 단말기
- 운전자가 집적 기름을 넣고 계산까지 하는 셀프 주유소
-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 등본 같은 문서를 발급하는 기계
등이 있다.
키오스크의 장점은?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턱 없는 속도지만, 최저시급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올해 최저 시급은 2022년 대비 5.0% 인상된 9,620원 이다. 이렇게 최저 시급이 올라가면 힘든것은 자영업을 하는 사장들이다. 시급이 올라갈수록 사장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음식점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직원을 많이 고용할 필요가 없으니 꽤 괜찮은 기계임이 틀림 없다. 손님이 알아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면 직접 가져가고 반납도 하기 때문에 사장 입장에서는 주문과 서빙 업무를 줄일 수 있고, 음식이나 음료의 제조에만 신경을 쓸 수 있다.
실제로 일반적인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오스크는 한 대단 400만원 수준으로 2대를 배치하면 인력을 4명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방식은, 주문자인 손님이 직접 자신의 주문 목록을 확인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사진으로 제품의 모습을 보여주므로 고객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화면으로나 영수증에 자신의 주문이 기록이 남기 때문에 업주나 손님 둘 다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도 사용이 가능하고, 알레르기가 있거나 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양념이나 소스등이 있는 사람의 경우, 해당 음식을 뺄 수 있고, 복잡한 주문을 하는 경우에도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최근에는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키오스크의 대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키오스의 단점은?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하는 법이다.
업주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손님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키오스크보다 점원에게 말하는 것이 훨씬 빠른데도, 키오스크 옆이나 앞에 있는 점원들은 키오스크 앞에서 손님이 헤매거나 말거나, 손님이 한 명 밖에 없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이가 많거나 저시력자의 경우 메뉴를 읽기 곤란하고, 키오스크 사용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주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주문하는 음식의 단계가 복잡하고, 중간에 사이드 추가 선택지가 여러 번 뜨는 경우 일일이 읽고 선택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주문자 뒤로 길게 늘어선 줄에 주문자는 당황 아닌 당황을 하게 된다.
점원이 하던 캐셔일과 서빙일을 손님이 직접 해야 하므로 불편한데다, 같은 돈을 주고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계들이 카드 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현금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키오스크가 처음 도입 된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고 터치 인식이 나쁜 편이다. 그 예로, 세계적인 햄버커 프랜차이즈 회사인 M사의 경우는 키오스의 터치 인식과 인터페이스가 나쁘기로 유명하다. 메뉴에 써 있는 작은 글씨들과 수 초씩 느린 터치 인식에 대부분의 사용자층이 젊은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기가 불편해서 그 화풀이의 대상이 되어 기계를 때려 망가뜨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청각장애인이나 언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의 도움 없이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단순 업무를 하는 인력을 키오스크가 대체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19로 우리는 비대면이 익숙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비대면을 위한 기계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계는 발전할 것이다. 키오스는 이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었다. 키오스크 보급률이 크게 증가한 만큼, 접근성 확대 디자인이 적용되어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국가 표준이 마련된다고 한다. 이러한 때에 진정 기계의 편리함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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