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10대들도 인터넷으로 쉽게 마약 구해
처벌 수위는 낮고, 중독자 치료보호는 미흡
대한민국은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서도 알아주었다. 그러나 이제 10대 들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연예인, 유명인사들과 그 자녀들의 잇따른 마약 투약 소식과 최근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테러 사건까지, 마약은 어느덧 우리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대통령의 엄단 의지 피력 이후 검경 당국과 각 부처들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법조계에서는 마약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과 경찰이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마약 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일 대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전년(1만6153명) 대비 13.9% 증가한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1∼2월로 범위를 좁히면 2600명으로 전년 동기(1964명) 대비 32.4% 폭증했다. 특히 19세 이하 마약사범이 2012년 38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10년 새 116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마약 압수량 역시 전년(491.1㎏) 대비 63.9% 증가한 804.5㎏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이 "검경의 모든 수사 역량을 동원해 마약의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이후 특히 검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은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은 경찰 및 관세청, 식약처, 지자체 등과 역량을 결집해 마약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과거 '그들만의 리그'였던 마약 범죄가 일반인들의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단속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무엇보다 검경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문제를 따질 게 아닌 합심을 해 마약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검경은 지난 2020년 마약 수사권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와 마약 소지 관련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2021년 검찰이 직접 인지한 마약 범죄는 전년(880건) 대비 73.2% 감소한 236건으로 나타났다.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서라면 검경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은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로는 마약 범죄 처벌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면 집행유예 받는 경우가 많은 것을 예로 들었다. 단순히 법의 형량이 문제가 아니라, 처분이 내려지는 정도가 경미한데, 심지어 마약 사범에게 집행유예, 기소유예가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마약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는 걸 인식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하고, 이에 대해 법원도 각성하여 양형감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음주운전처럼 마약도 더 이상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10대로 퍼진 마약 중독, 미흡한 치료보호
마약범죄에서 전문가들이 단속과 처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예방교육과 치료보호다. 특히 최근 심상치 않은 증가세를 보이는 10대 청소년의 마약범죄에서는 예방교육이, 마약류 관련 사범 전반의 재범률 감소를 위해선 치료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국내에서 예방교육과 치료보호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치료보호의 경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21곳 가운데 현재 실질적으로 중독자 치료를 감당하고 있는 곳이 인천참사랑병원 1곳에 그친다. 나머지 병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나마 인천참사랑병원에서도 10대 청소년 중독자는 받지 않는다.
마약을 투약했다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이들 대부분이 치료보호 처분 없이 사회로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2016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1심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 9892명 가운데 치료명령이 내려진 이들은 156명에 그쳤다. 한번 손대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끊기 힘든 마약중독을 홀로 견디기 쉬울 리 없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약범죄 재범률은 37%에 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법원과 법무부, 보건복지부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마약사범이 온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의무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마약 중독 치료 관련 전문가는, "미국에는 약물법원이 따로 있어서 사법적으로 중독자에게 체계적으로 치료와 재활 명령을 강제하고 감시한다"며 "한국도 이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도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에 대한 인식 수준 등을 조사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중장기적인 예방교육체계를 세워야 한다"며 "급하다고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서투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 역시, "단순 마약 투약자의 경우 치료가 중요하다. 교정시설에 들어간다고 큰 영향은 없다"며 "마약 범죄는 중독성의 특수성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방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남 마약 음료 테러 사건을 통해 마약이 생활에 밀접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했을 것이다. 마약이 어떻게 나쁘고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처벌이나 재활치료등은 어떠한지, 마약을 제대로 알아야 범죄에 대처할 수 있다. 어른도 아이도 제대로 된 마약 범죄 예방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고, 정부 역시 수위 높은 처벌에 더해 마약사범들 위한 제대로된 치료 보호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