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12]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함께 걸어 온 한의학 (1)

동의보감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민족에게 맞는 한의학으로 거듭나는데 있어
구암 '허준'은 시대를 앞서 간 이
한의학의 정신은 '어제는 맞았지만 오늘은 틀림을 인식'하고 늘 새로움을 모색하는 것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9-04 10:33

[사진=동의보감 서문 /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한의학' 이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생소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함께한 의학인데도 말이지요. 오래전부터 함께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의학은 매우 고전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술을 하지 않아 수동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MOBON(모본)' 입니다. MOBON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MOBON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MOBON'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어제도 오늘도 새로운 길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당연하다. 어제의 가치는 어제에 맞는 것이었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제는 이미 늘 지나가 있다. 우리는 늘 틀린 오늘을 산다. ‘오늘은 틀리다’면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에 맞는 것을 찾아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오늘만 있기 때문이다. 내일 다가올 오늘은 또 틀릴 테니 맞는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은 우리에게는 숙명이다.


조금 오래된 어제, 맞는 길을 걸어간 선지자가 있었다. 현대를 사는 한의사들에게는 익숙하고, 전설 같으며 또 조금 오래된 고전이면서 바이블인 책을 쓴 사람. 바로 ‘동의보감’의 구암 ‘허준’ 이다.


아..또 ‘동의보감’ 인가..하겠지만, 동의보감의 시작은 오늘 틀린 것들을 인지하고, 오늘 맞는 것을 찾겠다는 마음에 있다. 한의학이 K-Medicine 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그 시초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의보감이 쓰여지기 전 수천년동안, 우리민족은 뿌리를 같이 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의학서적에 기대어 건강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의지하기만 한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유행을 좋아하지만, 또 남과 같은 것은 싫어해서 무엇이든 독창적으로 만들어내는 힙한 민족이 아니던가. 그런 우리 조상들은 알고 있었다.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는 것을. 그래서 한의학만의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것은 쌓여서 ‘한의학, K-Medicine’ 이라는 고유의 의학이 되었다.


‘허준’은 한의(韓醫)와 중의(中醫)의 내용들을 종합하여 동의보감을 집필했다. 그러면서 우리땅에서 나는 약재를 권장하고, 약재의 이름을 한글로 같이 써넣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약을 구하기 쉽게, 구한 약의 사용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민족에게 맞는 한의학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있었다. 그것 뿐이던가. 당대 동아시아의 의학 지식을 모으고, 이전에는 없었던 개념인 아프기 전에 몸을 보하는 ‘예방의학’에도 힘을 썼다. 게다가 건강을 개인이 보살펴야 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나 집단이 보살펴야 한다는 개념의 ‘공공의료’를 도입하였다. 그리하여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관점의 의학서적이 탄생하였다. 허준은 이미 어제 맞았던 것들이 오늘 틀리다는 것을 알았던, 시대를 살펴 ‘앞서 걸어간 이’ 였음이 틀림 없다. 현대의 누군가가 아무것도 없던 땅에 길을 내어 그 정도로 앞서 걸었다면 아마도 세계가 떠들썩한 과학자, 누구나 아는 셀럽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의보감’ 이라는 말을 들으면 구시대의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구 시대에서 발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의학’ 이라고 하면 비과학적이며, 뜻 모를 소우주 이야기나 하고, 뭐만 하면 체질 이야기나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일반 대중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일반 대중은 한의학에 대해서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반문할 수 있다. 일반 대중이 이렇게 생각 하는 동안 한의학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은 어떠했는가. 그저 한의학이 이 땅에서 받고 있는 대우에 안타까워 한 것만은 아닌지, 대중의 반응에 한의학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리 이야기 해 봤자 소용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누가 뭐래도 한의학이 최고라며 자부심에만 차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동의보감이 오래된 이야기 인 것은 맞다며 일부 인정하고 넘어간 것은 아닌지.


[사진=인스타그램@koreanmedicinedoctors]

한의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은 입학을 하면 혼란의 순간을 겪는다고 한다. 본인들이 공부하기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한의학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모호하고, 논리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의학의 기초를 배우면서 이론과 논리, 증명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며 더욱 그런 감정이 심해진다고들 한다. 그러다가 해가 거듭되고 더 심오한 깊이로 학문이 들어가게 되면 그때 한의학이 품고 있는 인간과 삶의 바탕이 된 철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동의보감의 내용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이 과학적으로 딱딱 맞아 그 과학적 진리에 경외심까지 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외심은 동의보감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 까지는 무리 없이 되지만, 동의보감의 현대적인 해석에는 제동이 걸린다. 동의보감인데, 동의보감이니까 이것을 재해석하면 '불경스럽다'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생각해보자. 허준은 몇 천년 동안 다른 나라의 것에 의지해 오던 의서를 우리의 실정에 맞춰 새롭게 쓴 사람이다. 그러한 그의 마음이, 후대의 사람들이 이 책을 그대로, 아무런 비판 없이 경외심으로 받아들이기만 하기를 바랐을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후대의 누군가도 또 새로운 방법의 의학서적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을까. 그는 다분히 ‘먼저 간 이, 앞서 간 이’ 가 아니던가. 


(9월7일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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