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도 화가 치민다면..나도 '분노조절장애'일까?

최근들어 늘어난 이동상기 범죄..분노 표출의 탈출구로 범죄 모방
자신만의 화 해소법으로 화를 가라앉히는 훈련 필요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9-06 10:4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들어 늘어난 묻지마 범죄에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신림동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했고,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는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심지어 같은 날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이 외에도 2건 이상의 칼부림 미수사건, 27건 이상의 테러예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건들이 모방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는 한 언론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들이 타인의 범죄를 접한 후 억눌러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탈출구로서 범죄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개인적인 정신질환들이 있기도 하나, 기저에는 나만 불행하다고 나를 사람들이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쌓여 범죄로 폭발했다고 보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으로 인한 분노, 화를 없애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이다. 간헐성 폭발장애, 병적 방화, 병적 도벽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충동조절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나친 의심, 공격성, 폭발성을 보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우며, 잠정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빡빡한 사회 분위기, 경쟁 사회, 자기중심적 성장 환경 등이 젊은 층의 충동조절장애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이들은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고 본인과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가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분노 조절이 어려운 과잉 분노 상태에서 '이상동기 범죄' 발생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조절장애(한국질병분류코드 F63.8)’ 1차 진단을 받은 진료 건수는 1만869건으로 2018년(9455건)보다 15%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실을 찾은 환자도 1917명에서 2101명으로 약 10% 증가했다. 사회적 낙인 등을 이유로 정신과를 기피하는 사회적 풍토를 고려하면 잠재적 환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검찰청 분석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 즉 범죄의 이유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명 '묻지마 범죄'의 주체는 주로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 사회적 불만소지자, 충동장애 장애자 등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정숙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 '묻지마 범죄에 대한 심리적 이해'에 따르면 "과잉 분노 상태에서 사회와 단절되고 관계성이 부재하여 이러한 분노가 조절될 기회가 부족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라며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걸까?


화를 잘 참는 사람도 분노조절장애 고위험군

평소 쉽게 분노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크게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한다. 분노조절장애는 말 그대로 분노를 통제·조절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간헐성 폭발장애'라고도 한다. 이는 뇌 편도체와 전전두엽 소통에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문제다. 편도체가 느낀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엽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전전두엽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할 수 있다.

화를 내지 않고 지나치게 참는 사람 역시 분노조절장애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겉으로 화를 내지 않을 뿐, 편도체는 분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쌓이면 언젠가 폭발한다. 이때는 당사자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화를 낼 수 있다. 실제 평소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화를 통제하지 못하고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데, 이러한 이유에서다.

평소 화 가라앉히는 방법 실천으로 초기치료에 집중이 중요

분노조절장애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은데, 문제가 없다고 여겨 방치하면 폭력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분노조절장애 중 간헐성 폭발장애는 공격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폭언 및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행동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장애이며, 공격성의 정도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촉발되거나 유발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간헐성 폭발장애에 기분 장애, 우울이나 불안, 공황 등의 증상과 같은 다른 심리적 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분노는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건 적절한 방법으로 푸는 것이다. 평소 분노를 잘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분노를 잠재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화가 날 때 숫자를 세거나, 특정 무늬를 유심히 보고 주변에 있는 물건의 개수를 세보는 방법이 도움 된다. 또 분노가 촉발된 공간을 벗어나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최근 들어 화를 유발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계속 마주친다면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리 강한 분노도 15분 이상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휴대전화 화면이나 책상 위 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화내지 말자', '폭발하지 말자' 등의 문구를 써놓는 것도 도움 된다. 화내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생기고 그 사이에 화를 잠재우는 법을 실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신체는 한 세트기 때문에 자기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안전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소한 자극에도 극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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