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13]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함께 걸어온 한의학(2)

한의학의 기본은 '개별처방'
현대는 '개인'의 시대, 가장 잘 맞는 '개별처방'은 현대적인 개념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9-07 09:03

[사진=인스타그램@koreanmedicinedoctors]


['한의학' 이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생소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함께한 의학인데도 말이지요. 오래전부터 함께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의학은 매우 고전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술을 하지 않아 수동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 임상연구'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 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9월 4일 월요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문화가 변하고, 삶의 양식이 변하고, 사람들의 언어가 변하고 있다. 그에 따른 사람들의 요구도 변하고 있다. 그 요구는 의료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현대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한의학에 바라는 요구는 현대의 언어로, 현대의 방식으로 한의학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이 대단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자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책에 나와 있는 병의 치료에 대한 근거를 이제는 현대의 언어로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부심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언어로 풀어서 과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혼자만 알 것이 아니라, 같이 알게 하는 것이다.

개별처방, 한의학에 도입된 현대적인 개념

한의학 치료의 기본은 개별처방에 있다. 개인의 특성을 하나하나 살피고 체질에 맞게 처방을 한다. 체질이란, 한 사람이 윗대로부터 물려 받은 것, 성장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 생활습관, 문화까지 다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 역시 환자를 대할 때 자신의 오감으로 환자의 상태를 본다. 환자의 겉모습을 보고, 그의 말을 듣고, 진단하기 위해 묻고, 손을 들어 환자의 팔에 손가락을 올려 집중하여 진맥을 본다.

나에게 맞춰진 개별 처방이라는 것은 매우 현대적인 개념이다. 지금처럼 공동체나 집단보다 개인적인 것, 개별적인 것에 집중하는 시대가 있었던가. 나만의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내 정보가 다 들어있는 스마트 폰,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시대이다. 여행을 가서도 독립성을 보장 받기를 원해서 프라이빗 숙소에 머물고, 혼자서 캠핑을 가고, 다른 사람이 내가 머리 손질 받는 것을 보는 것이 싫어서 1:1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 예약을 한다. 이렇게 개인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 ‘개별처방’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이 한의원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한의학에 도입된 현대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한의원과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열려있는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시에, 이토록이나 개인적인 현대사회는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정보기술로 인해 아주 촘촘한 네트워크로 세상 어디에도 연결 돼 있다. 이제는 그것을 한의학에 접목해야 할 때다. 많은 정보가 수집되고, 지구상의 어떤 누구도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초연결의 시대에 한의학은 이제 할 일이 많다. 개별처방의 임상자료를 데이터화 하여 주관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자료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에 새롭게 한의학이 할 일이다.

모든 병의 근본치료를 하는 임상 한의사들의 모임인 ‘모본 임상연구’의 연구진들은 과거, 이미 현대적이었던 것들을, 지금도 이어가려고 집중하고 있다. 개별처방의 임상을 모아 보다 더 객관화되고 통계화된 자료를 뽑고, 이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자료를 오픈하여 한의사라면 누구라도 그 자료에 접근할 수 있고, 병에 대해 물어볼 수 있으며, 병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 상에 만들어가고 있다. 개별적인 한 환자의 병을, 여러 한의사들이 한 공간에서 협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의 동의보감의 치료법에 현대의 근거를 더해 더욱 탄탄한 한의학의 길을 열어가려고 한다. 허준 선생은 이렇게 말 할지도 모른다. ‘나때는 말이야..동의보감 쓸 때 자료 모으는게 얼마나 힘들었는데..이야…지금은 뭐, 자료 모으는게 이렇게 쉽다니.’ 하며 한의학이 또 어떻게 새로운 걸음을 걸을 지 두근두근 가슴 설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그렇다면 오늘은 오늘 맞는 것을 찾을 일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미 계속 맞는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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