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15] 더 나은 한의학을 위한 열정(2)

'명의'에 열광하는 현상은 이미 일반적
한의계의 노력은 '재현성'을 살리는 일, '모본'이 그 문을 열어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9-14 13:53

[사진=모본의 회원들이 영상을 통해서 임상을 공유,의견을 나누고 있다.인스타그램@koreanmedicinedoctors]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사람'고치는 의학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여 '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하고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집중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그래서 특별하거나 생소하거나 예스러운 의학이 아닙니다. 매우 현대적인 개념의 '예방의학'에 주력한 의학입니다. 아프고 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방의학은 더욱이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개별처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n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9월 11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과 어느 병원의 누가 잘 본다고 하는 ‘명의’에 열광하는 현상은 이미 일반적이다. ’명의’는 한의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한의계에서는 어느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 달라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나를 오랫동안 진료해서 내 스스로 ‘용’하고 생각하는 한의사가 있고, 약도 내게 잘 맞게 지어주는 한의원만 가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고 해서 직장이나 학교 근처의 가까운 한의원을 찾지 않는다. 그 의원의 약은 어쩐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객관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오직 한방만의 문제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객관성’에 대한 문제는 오명처럼 남아있다. 이것은 한의학계가 풀어야 하는 숙제임과 동시에 한의사들의 노력과 연구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수 십년간 지역에서 진료를 맡아오고 있는 현직 한의사들이다. 한의학적인 갈증을 해결하는 것도 개인의 노력이나 열정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한의학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지역의 한의사 개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물론 한의학계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진료지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진료지침이 실제의 진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한의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구체적이거나 다양한 사례와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한의사 각각의 주관적 처방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더 나은 길의 끝에 ‘재현성’이 있다.


주관적인 처방은 약의 ‘재현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다른 분석기관에서 각기 다른 분석자가 각기 다른 장비를 써서 같은 검사 항목에 대해여 같은 분석 방법으로 얻은 결과 값의 정밀도를 재현성이라고 한다. 한의학에 있어서 재현성이란 그 어떤 한의사가 진료를 하고 진단을 해서 약을 처방 하더라도, 환자들이 비슷한 효과를 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려면 먼저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하나의 병에 대한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를 위해 '모본'의 임상연구 한의사들은 임상데이터를 모았다. 모본의 회원인 각 지역의 한의사들이 환자들의 질병과 물리적인 숫자인 나이, 체중, 성별, 식이습관, 행동습관, 직업적인 특성들을 반영해 사례를 수집하였다. 충분히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경증부터 중증 환자까지. 때로는 길게 증상을 서술하여 한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정도로 모아 병을 파악하였다. 그런 다음 각 병들에 대한 표준을 뽑아내고, 해당 병에 대한 약재를 수치화, 정량화 했다.


병에 대한 약재를 수치화 정량화 하면 재현성은 높아지게 된다.모본에 모인 임상 한의사들의 재현성이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나아가 재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어느 한의원에서도 같은 약을 쓸 수 있도록 제조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약의 효능을 알 수 있도록 약의 이름도 지었다. 재생고, 관절고, 코청고 등 이름을 들으면 어디가 아플 때 먹어야 하는지 일반 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약들을 '모본 임상연구'에서 활동하는 한의사들이면 사용할 수 있다.

이제는 내 주치의가 있는 한의원이든, 회사나 학교 앞, 주말에 문 연 한의원을 가도 같은 약을 먹을 수 있게 하고자 하는 것이 '모본 임상연구'의 목표이다. 표준값의 수치화는 재현성을 높임과 동시에 더욱 한의원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리라 기대한다.

집단지성이 쉬운 방법으로 퍼져 누구나 그 지성을 만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모래에 빠진 자동차의 바퀴를 빼는 법, 호박으로 만드는 요리, 더욱 볼륨있게 머리 묶는 법, 옷 잘 입는 법 등을 다른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쉽고도 아무렇지 않게 배우고 있다. 언어가 달라도 영상으로 보이는 친절함은 언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동아시아의 의료 집단지성을 모아 정리한 책을 유산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제 새로운 책을 정량이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써내려갈 때다.

앞으로 돌아가 떡볶이 할머니를 이야기하자면, 이제 고추장 맛을 며느리도 안단다. 그렇게 간판까지 써 붙였다. 중식 요리사 Lee씨는 자신의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계량화 하고 있다. 맛있는 요리를 누구나 즐기는 것이 자신이 요리사로 살아가는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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