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16] 한의학 임상 경험의 모두를 위한 '공유'(1)

의학은 경험의 학문, 혼자 만드는 경험은 오랜 시간이 필요
경험의 공유는 더욱 개선된 치료로 발전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9-18 15:2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사람'고치는 의학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여 '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하고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집중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그래서 특별하거나 생소하거나 예스러운 의학이 아닙니다. 매우 현대적인 개념의 '예방의학'에 주력한 의학입니다. 아프고 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방의학은 더욱이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개별처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n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일만시간의 법칙’은 연습이나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 해 준다. 일만시간의 법칙이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일만시간을 알기 쉽게 수치화 하면, 매일 3시간씩 훈련하면 10년, 10시간씩 훈련할 때는 3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스포츠 스타들과, 많은 예술가들이 다 이렇게 일만시간 이상의 넘어짐과 아픔과 좌절이 있었다.
일만시간의 법칙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유명한 스포츠 스타와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흔한 행동들에도 일만시간의 법칙은 적용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커피맛을 잘 알고, 고기를 많이 먹으면 고기맛을 잘 알고 하다못해, 싸움을 잘 하려면 일상이 쌈닭이 돼야 하는 것 처럼.

당연히 의료계에서도 일만시간의 법칙은 적용된다. 맥 잘 짚는 한의사, 수술 잘 하는 의사, 주사 잘 놓는 간호사. 다 일만시간 이상 손목을, 칼을, 주사를 쥐어야 한다. 노력하는 놈이 타고난 놈 따라잡지 못하고, 타고난 놈이 즐기는 놈 못 당한다는데, 즐기는 놈도 일만시간을 기꺼이 버티지 않았겠는가. 그것도 그냥 버티는게 아니라, 좋다고 버티는.
이 일만시간 때문에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맡을 수 있는 의료 분야를 좁힌다. 그래야만 같은 질병으로 오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해당 질병에 대해 좁고 깊게 들어갈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전공 분야에 있어서는 일만시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학관련 드라마를 보면 큰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진다. 물론 모두 다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닌데도 매체에서 그렇게 다루고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인다.

드라마 이야기하면 서운하다 할 쪽이 한의계인데, 한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별로 없다. 더욱이 현대 한의사를 다룬 내용은 더욱 생소한데,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사람들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한의사도 수련의 과정이 있나? 물론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강제가 아니다. 수련의 과정이 당연한 수순처럼 있으면 참 좋을 일이나, 수련의들을 수용할 만큼 큰 한방병원이 드물기도 하고, 그 마저도 학생들의 선택이어서 졸업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개원의가 되거나, 개원한의원의 의사로 들어가는 실정이다.

지역 개원 한의사의 ‘우당탕탕 분투기’

한의사로 개원을 하면 이것은 바로 실전이다. 이때부터 막 개원한 젊은 한의사들의 외로운 싸움이 벌어진다. 하나의 질병에 대해 일만시간의 임상을 ‘혼자서’ 채워야 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장르는 고전적으로 말해 악전고투, 청춘영화라면 맨땅의 헤딩이거나, 시트콤 장르라면 우당탕탕 옆집의 한의사..정도가 된달까.
한의원은 많은 일상의 질병에 대해서 진료를 한다. 1차 진료기관으로 ‘가정의학과’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 일정 분야의 좁은 질병군이 한의원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질병군이 병원에 온다. 이렇게 온갖 병증으로 한의원에 오는 환자의 진료를 한의사 혼자서 다 봐야 한다. 백인백색이라고 사람들 생긴 모양처럼 다 다른 일만개의 병이 오니, 한의사가 한 질병을 일만시간을 보기란 요원해지기 마련이다.
한의원에 오는 질병군이 너무 넓어서 질병에 이름도 붙이지 못한다. 환자는 ‘그냥’ 아파서 오고, 의사는 질병이 맞다는 건 알겠는데, 질병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이 단지 한의원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세상에 이름 못 붙이는 병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데도 유독 한의계에서 질병의 이름을 ‘미상’ 이라고 하는 것을 못 미더워한다.

(9월 21일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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