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 17] 한의학 임상 경험의 모두를 위한 '공유'(2)

'모본'의 임상 공유는 지역의 한의사들에게 일만시간의 경험을 제공
하나의 병을 여러 한의사들이 보는 종합병원, 젊은 한의사들에게는 '대도서관'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9-21 14: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사람'고치는 의학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여 '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하고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집중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그래서 특별하거나 생소하거나 예스러운 의학이 아닙니다. 매우 현대적인 개념의 '예방의학'에 주력한 의학입니다. 아프고 난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방의학은 더욱이 개개인의 체질에 맞춰 개별처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n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모본' 입니다. '모본'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모본'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모본'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9월 18일 월요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생소한, 한번도 듣도보도 못한 질병을 마주하면 그것에 대해 더 좋은 진단을 하기 위해 한의사는 자료를 찾기 마련이다. 이런 증상일 때는 이런 이름의 병인데, 그때는 어떠어떠한 식으로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하라는 자료. 그러나 그런 자료는 없다. 있다 하더라도 기초적인 이야기여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 이제 어쩐다? 누군가에게 묻는다. 나보다 먼저 경험한 가까운 선배 한의사에게 묻는다. 선경험자의 조언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선배의 선배나, 선배의 친구나, 선배의 누구누구, 친구의 누구누구에게 묻는다. 다 묻고 나면 더 이상 물을 곳이 없다.


‘모본’의 임상 공유 지원

모본임상연구는 이렇게 분투하고 있는 젊은 한의사들에게 든든한 지원군, 일만시간의 임상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모본’의 회원인 임상 한의사들이 각각 자신이 경험한 질병과 진단, 치료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다. 환자의 생체정보, 환자의 증상, 질병의 이름, 처방을 모본 임상연구의 한의사들이 일정한 형식으로 기록한다. 그 뿐 아니라 치료 전과 후의 결과, 가시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장비를 이용한 사진들, 혈액 검사 소견과 같은 객관적인 증거들과 치료로 인해 변화된 것들을 기록한다. 그런 다음, 같은 증상 같은 질병을 분류하여 모본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다. 그렇게 올라간 자료들은 ‘모본 임상연구’에 가입한 한의사면 누구든 검색이 가능하다. 증상과 질병으로 분류를 해 놓았기 때문에 찾는 것도 용이하다.


[사진=모본 임상연구의 온라인 회의. 인스타그램@koreanmedicinedoctors]

거기에 더해 ‘모본 임상연구’는 언제든 실시간으로 질병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하였다. 낯설거나 알 수 없는 질환의 환자가 방문했을 때, 한의사는 바로 그 공간에서 질문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든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 먼저 경험하였거나, 질문의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한의사가 실시간으로 대답을 해 줄 수 있다. 이것은 질문을 한 한의사 뿐 아니라, 그러한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창을 보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질병의 소견이나 진단, 치료의 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까닭이다. 마치 ‘모본’은 하나의 커다란 종합병원이고, 모본 임상연구의 회원이 된 한의사들은 종합병원의 의료진처럼 임상과 치료를 공유하고 있다.

의학분야에 있어서 임상 영역은 데이터를 통하여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현대의학의 경우, 기초에서 시작하여 임상으로 확인하므로 근거를 확보하는데 어렵지 않다. 한의학의 경우는 문헌에 나와 있는 근거를 과학적 데이터로 바꾸어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모본 임상연구’는 이러한 임상사례를 데이터로 쌓아 한의학적 치료를 증명하고 검증하고 있다. ‘모본’의 이런 움직임은 한의학의 데이터화, 과학화라는 미래를 향한 걸음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의 오랜 이야기에 ‘한 마을의 노인이 죽으면, 그 마을의 도서관이 사라진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노인이 평생 보고, 듣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켜켜이 쌓여 살아있는 마을의 역사책과도 같았는데,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기록이 죽음으로 없어지니 도서관이 사라진 것과 다름 없다고 그들은 믿었다. 문자가 없던 시대여서 기록은 듣는 것만 가능했다. 그의 지혜를 누군가는 듣고 외워야 했고, 다음 세대에 책임을 지고 전수해야 했다. 선택받은 특별한 누군가가 지혜를 이어받아 도서관이 되어야 했다. 모두가, 혹은 아무나 그 지혜를 이어받을 수는 없었다. 지금처럼 ‘내가 아는 것을 누구나 다 알기’란 쉽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시대를 넘어, 내가 모르는 것을 누군가 알려주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선택받은 이의 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다 선택하여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순행하여 ‘모본’은 모두의 종합병원, 분투하는 젊은 한의사들에게는 시공을 초월한 대도서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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