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방울 안 마셨는데 음주운전’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과도한 미생물 원인 ‘자동양조 증후군’
캐나다 여성, 알코올 중독 증세 호소
  • 김보희 기자
  • 발행 2024-06-04 17:2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 토론토대 라헬 제우드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자동양조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희귀한 증상으로 인해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오해받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는 뱃속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생산하는 현상으로, 이번 사례는 의학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우드 박사팀이 캐나다 의학협회저널(CMAJ)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양조 증후군 진단을 받은 50세 여성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 여성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으나,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해 2년간 7차례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을 찾은 그녀는 말이 어눌하고 알코올 냄새가 나는 등 술을 마신 사람이나 다름없었고, 혈중 에탄올 농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그녀는 지속적인 무기력증과 졸음으로 1~2주간 휴가를 내야 했고 식욕도 없어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했다. 이런 증상은 1~2개월마다 반복됐다.

이 여성이 자동양조 증후군 진단을 받은 건 7번째 응급실을 찾았을 때로,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정신과 등 여러 진단을 거쳤다.

자동양조 증후군은 장내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발효하는 희귀 질환으로, 이 과정에서 효모와 세균 등이 관여한다. 이 증후군은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100건 미만의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이 중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사례는 1948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당시에는 그 실체나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

의학적 증상으로 처음 진단된 건 1952년 일본에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첫 사례가 나왔다.

자동양조 증후군의 원인은 여전히 불명확한 데가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정해진 진단법도 없다. 치료법은 항진균제 처방, 저탄수화물 식단 등으로 제한적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동양조 증후군에 대한 인식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환자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고 있으며, 증상이 완화된 후에는 탄수화물을 천천히 섭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 결과 증상은 6개월간 재발하지 않았고, 포도당을 입으로 섭취하도록 한 뒤 30분~48시간 사이 검사를 실시했는데 에탄올은 검출되지 않았다. 탄수화물은 섭취량을 꾸준히 늘려가는 중이다.

제우드 박사는 “자동양조 증후군은 환자와 가족에게 상당한 사회적, 법적, 의학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이번 사례는 이 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의료진과 환자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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