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위장약 처방…과다 처방 관행에 ‘경고등’

호흡기 질환에도 자동 동반 처방 관행…대한약사회 “정부, 관리체계 강화·성분명처방 도입해야”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0-20 11:18

▲ 대한약사회는 호흡기 질환 처방의 60% 이상에 위장약이 포함되는 등 불필요한 관행 처방이 국민 건강과 약품비 효율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셔터스톡]

지난해 국민 10명 중 8명이 위장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나, ‘관행적 처방’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소화기 질환이 없음에도 위장관 부작용 예방을 이유로 위장약을 자동 동반 처방하는 관행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부산금정구)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소화기관용 의약품(위장약) 처방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위장약 처방 실인원은 약 43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4%에 달했다. 약물 처방 환자 중에서는 91%가 위장약을 함께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조159억 원으로, 전체 약품비의 7.3%를 차지했다. 국민 1인당 연평균 위장약 처방량은 165정으로 1일 3회 복용 기준 약 2개월치에 해당한다.


연평균 200정 이상 처방받은 환자는 전체의 19.9%였으며, 이들의 평균 처방량은 650정(약 7개월분)으로 과도한 수준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처방 비율도 증가했다. 70대 이상에서 지출된 위장약 약품비는 7234억 원으로 전체 위장약 약품비(2조159억 원)의 36%를 차지했다.

문제는 위장질환이 아닌 환자에게도 위장약이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호흡기계 환자에게서의 위장약 처방 비율이 소화기계 환자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2024년 기준 호흡기계 환자 3329만 명 중 82.5%(2746만 명)가 위장약을 처방받았으며, 소화기계 환자 1577만 명 중에서는 78.7%(1241만 명)로 나타났다.


▲ 백종헌 의원은 위장약의 관행적 동반 처방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고 근거 기반의 안전한 약물 사용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백종헌 의원실]


백종헌 의원은 “감기·호흡기 질환 치료 과정에서 위장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관행적·자동적 동반 처방이 적지 않다”며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고 필요한 환자에게만 적정 용량과 기간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규제보다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위한 모니터링 강화, 인식 개선, 근거 기반 가이드라인 보완 등 다각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위장약 과다 처방 문제를 “국민 건강과 약품비 효율성 측면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대한약사회는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처방의 60% 이상에서 위장약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예방 목적이라는 명분 아래 불필요한 처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조제를 받을 경우 동일 성분 약의 중복 복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위산억제제(PPI, H₂수용체길항제)와 제산제 등은 단기간·명확한 적응증 하에서만 이점이 있으며, 장기 복용 시 영양흡수 저하·골다공증·장내세균 불균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소염제나 항생제 처방 시 ‘위 보호용’으로 위장약을 자동 포함하는 관행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위장약은 예방 목적이 아닌 임상적 필요에 따라 신중히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에 ▲위장약의 불필요한 예방적 사용 감축 ▲임상 근거 기반의 적정 사용 관리체계 마련 ▲다빈도 처방 의약품의 정기 평가 ▲약제 급여기준 및 사후 점검 강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동일 성분 약의 중복 처방·조제 문제 해결을 위해 약사에게 약물 상호작용 및 부적정 사용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성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성분명처방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약사회는 “성분명처방은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 보장, 중복 복용 예방, 약품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라며 “국민의 안전한 복약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학계·언론·시민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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