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범위를 약간 넘는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혈관성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최근 유럽심장학회가 고혈압 기준을 강화하며 새롭게 정의한 상승 혈압 구간의 위험성을 대규모 인구 기반 자료로 입증한 첫 연구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 연구팀(정영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종욱 교수,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천대영 교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혈압 범주와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09~2010년 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 명을 평균 8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치매 위험 유의하게 증가

연구팀은 2024년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대상자를 정상 혈압, 상승 혈압, 고혈압 그룹으로 구분해 치매 발생률을 비교했다. 추적 기간 동안 총 12만1223건의 치매가 발생했으며, 이 중 알츠하이머병이 76.6%, 혈관성 치매가 12.1%였다.

정상 혈압과 비교했을 때 상승 혈압 그룹에서도 전체 치매 위험이 증가했고, 고혈압에서는 위험 증가 폭이 더 컸다.

특히 혈관성 치매는 상승 혈압에서 16%, 고혈압에서 37% 더 높게 나타나 혈압이 높아질수록 혈관성 치매 위험이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년층·여성에서 위험 증가 더 두드러져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중년층(40~64세)에서 혈압에 따른 위험 차이가 가장 명확했다. 중년층의 상승 혈압 그룹은 정상 혈압 대비 치매 위험이 8.5% 높았고, 고혈압 그룹에서는 33.8% 증가했다.

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에서 혈압 상승과 치매 위험 간의 연관성이 더욱 뚜렷했다. 여성은 상승 혈압과 고혈압 모두에서 유의한 위험 증가가 확인됐으나, 남성은 고혈압 단계에서만 통계적 연관성을 보였다.

고혈압 전 단계에서도 조기 관리 필요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승 혈압이 실제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데 유효하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수축기 120mmHg, 이완기 70mmHg를 넘기 시작하는 단계부터 뇌혈관 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치매 예방을 위한 조기 신호로 받아들이고 생활습관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 공식 학술지이자 세계 3대 심혈관 질환 저널로 꼽히는 European Heart Journal(IF 35.6)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