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주는 실버주택은 끝” 금융·헬스케어·프롭테크가 만든 新시니어 시장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2-04 13:18

▲ 헬스케어부터 자산·세무까지 아우르는 '토탈 라이프케어' 수요가 늘며 금융권과 프롭테크가 시니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고령층이 원하는 시니어 주거 서비스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단순한 임대나 돌봄이 아니라 헬스케어·자산관리·세무 컨설팅까지 통합한 ‘토탈 라이프케어’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금융권과 프롭테크 기업이 시니어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60세 이상 순자산 4300조원…금융권, 시니어 시장 선점 나서

금융감독원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가구의 순자산은 약 4300조원대로 추정된다.

거대한 노후 자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 수요가 형성되면서 금융권은 단순 예·적금 상품을 넘어 연금·세무·상속 컨설팅 등 ‘자산 기반 케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VL’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와 손잡고 입주자 대상의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주택연금, 세무·부동산 세미나, 맞춤형 자산 컨설팅 등이 포함된 패키지형 서비스로, 금융과 하이엔드 시니어 주거를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웰니스 레지던스’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민간 임대주택형 시니어 레지던스에 은행이 전략적 금융파트너로 참여한 첫 사례다.

두 회사는 자산관리, 상속·세무 상담, 입주자 대상 복합 프로그램 운영, 보증금 관리 신탁 등 주거·금융을 연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시니어 사업을 체계화했다.

2020년 ‘KB골든라이프센터’를 개소해 현재 전국 12곳으로 확대한 가운데, 누적 은퇴설계 상담 건수는 3만5000건을 넘겼다.

요양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전국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하며 금융–케어–주거의 연결 구조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프롭테크·스타트업도 시니어 시장 진입…“주거보다 서비스가 핵심”

프롭테크 기업도 시니어 주거 모델 혁신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과 시니어스마트하우징협의회가 공동 개최한 ‘시니어 스마트 하우징 밋업데이’에서는 주거 구조보다 ‘자산·세무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 케어’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의견이 주로 제시됐다.

부동산 종합기업 홈플릭스는 기술 친화적 고령층, 이른바 ‘디지털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도심형 모델을 선보였다.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니터링, 맞춤형 자산관리, 세무 서비스 등을 통합해 고자산 시니어층의 니즈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서동원 홈플릭스 의장은 “시니어 레지던스는 단순 임대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케어 전문기업 케어닥은 고령화 속도와 장기요양보험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공공 요양시설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시설 사이의 ‘민간 시니어 하우징’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케어닥은 요양병원·종합병원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방문요양·시니어 하우징 등 2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시니어 시장의 핵심을 ‘주거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 보고 있다.


건강 모니터링, 자산관리, 의료·돌봄 연계, 여가·문화 프로그램 등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생태계를 갖춘 곳만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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