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빨리 하려고 온수 사용했다간 건강에 치명적”

중금속 끓여도 사라지지 않아…어린이·임산부에 특히 위험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0-28 13:01

▲ 온수는 보일러 배관을 거치며 구리·납 등 중금속이 섞일 수 있어, 조리나 음용에는 냉수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조리 할 때 물을 빨리 끓이기 위해 ‘온수’를 사용하는 습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수돗물을 마시거나 조리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냉수를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온수와 냉수가 가정으로 공급되는 배관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냉수는 정수장에서 처리된 깨끗한 물이 수도관을 통해 직접 들어오지만, 온수는 보일러나 온수기 내부를 거치며 배관 속 고인 물이 함께 흘러나온다. 이 과정에서 구리·납·니켈·철·아연 등 중금속이 섞일 위험이 커진다.

특히 온도가 높을수록 납의 용출량이 증가하고, 노후한 배관일수록 오염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2022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온수에서 독성물질 페놀이 음용수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있었다.

문제는 이런 중금속이 끓여도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돗물 속 염소 소독 부산물인 트리할로메탄이나 세균은 끓이면 대부분 사라지지만, 납·수은·카드뮴 같은 금속성 물질은 남아 체내로 흡수된다. 결국 온수로 라면을 끓이거나 국을 만들면 중금속을 그대로 섭취하는 꼴이 된다.

전문가들은 “납과 수은, 카드뮴은 체내에 축적돼 배출이 어려우며, 신경계·신장·간·혈액 등에 손상을 준다”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임산부에게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납은 신경 발달장애와 학습장애, 수은은 기억력 감퇴·시력 저하, 카드뮴은 신장 손상과 암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


음식 조리 시에는 반드시 냉수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냉수라도 장시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10~30초 정도 흘려보낸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는 배관 속에 고여 있던 물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다.

만약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나 탁한 색이 감지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관할 지자체나 보건당국에 신고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온수 사용은 편리하지만, 배관을 거치는 동안 어떤 물질이 녹아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조리나 음용에는 반드시 냉수를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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