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인 플리마인드 대표, SNS 시대의 ‘비교’와 자존감의 고민

도움말: 정혜인 심리학자(플리마인드 대표)
요즘을 사는 사람들 중에 하루라도 SNS를 한 번도 열어보지 않는 날이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습관처럼 잠금 화면을 넘기고,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점심시간에도, 잠들기 직전에도 손끝은 이미 스크롤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친구의 화려한 해외여행 사진, 동료의 다양한 자랑 글들, 심지어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완벽해 보이는 브런치 한 접시까지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무심코 묻습니다.
“이 모든 게… 정말 나에게 좋은 걸까?”
제게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처음엔 “그냥 SNS 좀 많이 해요”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 “보는 순간 내가 너무 초라하고 찌질해 보여요.” 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찌질함의 뿌리를 함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1954년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내놓은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그 기준은 대개 ‘다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SNS는 사회 비교 이론이 꿈꿔 왔을 법한 완벽한 실험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나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들의 ‘최고의 순간’만 골라서 보여주는 피드를 마주합니다.
이것은 그냥 비교가 아니라 ‘업워드 컴패리슨(upward comparison)’의 연속 폭격입니다.
그리고 그 폭격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나는 왜 저렇게 못 살지?”라는 질문을 입에 달게 만듭니다.
오늘은 이 과정을, 여러분과 제가 함께 커피 한 잔 기울이며 천천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중독 얘기는 살짝만 양념처럼 얹기만 할 것입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비교가 우리 안에 불러일으키는, 조금 창피하고, 조금 아프고, 그래도 어쩐지 너무 익숙한 그 ‘찌질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어떻게든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짜 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무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으로 비교를 하는데, SNS는 이 본능을 업워드 컴패리슨으로만 몰아갑니다.
우리가 보는 건 언제나 누군가의 최고의 순간, 가장 빛나는 한 컷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한 장면 때문에 내 하루 24시간 전체가 갑자기 초라해 집니다.
그순간 우리의 자존감은 흔들립니다.
로젠버그가 말했듯 자존감이란 ‘나를 향한 전체적인 긍정적 평가’인데, 업워드 컴패리슨 한 번에 그 평가가 무너집니다.
좋아요의 수가 적으면 내가 실패자 같고, 누군가의 행복한 사진을 보면 내가 뭘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나의 자존감이 점점 ‘조건적’인 것으로 만들어지고, 내 가치는 타인의 반응에 달려 있게 됩니다.
다운워드 컴패리슨, 즉 나보다 덜 잘난 사람을 보고 위안을 얻는 건 자존감에 도움이 되겠지만, SNS에 그런 콘텐츠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FOMO가 더해져 “다들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만 뒤처진 기분”이 매일 찾아오게 만듭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인지 왜곡이 생기게 됩니다. 나에게 모든 걸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안경을 씌우게 됩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더 심각합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우리는 원래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데, SNS는 그 눈치를 극단으로 키우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아시아권 연구에서 업워드 컴패리슨이 서구보다 자존감을 훨씬 많이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왜 나는 예쁘지 않지?
부유하지 않지?
행복하지 않지?”라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번 머릿속을 스칩니다.
좋아요·댓글은 살짝 도파민을 뿜어주며 더 보도록 만들지만, 그건 양념일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그 뒤에 남는 깊은 찌질함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교는 피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조절할 수 있습니다.
스크롤하다 비교가 올라오면 나에게 한 번만 더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이건 업워드일 뿐이야. 다운워드도 있지 않을까?”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요.
“지금 내가 찌질하게 느끼는 이유가 뭐지?”
매일 작은 성취 하나씩만 메모장에 써보시길 권합니다.
타인의 피드는 ‘영감’으로, 내 메모는 ‘증거’로 사용하십시요.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것은 얼굴 보고 웃는 실제의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늘리십시오.
실제 대화를 나누면 SNS 필터가 얼마나 얄팍한지 금세 알게 됩니다.
SNS는 결국 거울입니다.
거울이 나를 찌질하게 보이게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내가 거울을 내 편으로 만들 것인지.
그 선택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비교는 인간의 숙명이고,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가 자존감의 전부입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스크롤을 하던 중 찌질한 기분이 든다면
잠시 멈추고,
숨을 한 번 깊게 쉬고,
‘진짜 나’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너는 충분히 괜찮아.
너는 너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프로필] 정혜인
심리학자 출신의 그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심리지원 전문 기업 '플리마인드'를 설립하며 주목을 받았다. 플리마인드는 정신건강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자가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그는 주식회사 플리마인드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심리건강진흥원 이사장으로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공익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서울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수석부회장으로서 여성 기업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AI윤리협의체 의장으로서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가치 정립을 위한 논의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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