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자살 위험, 시각피질–전두엽 연결 약할수록 높아

  • 강주은 기자
  • 발행 2026-01-21 11:39

▲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서는 뇌 영역 간 연결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셔터스톡]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서 뇌 신경 네트워크의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정 조절과 판단을 담당하는 뇌 영역 간 연결성이 약할수록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함병주 교수 연구팀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뇌 기능 네트워크의 변화 양상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박지훈 임상강사와 정민지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자살은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결과 중 하나다.


그동안 과거 자살 시도 경험이 향후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로 뇌 기능 네트워크가 어떻게 다른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주요우울장애 환자 123명을 자살 시도 경험 유무에 따라 나누고, 정상 대조군 81명과 비교해 뇌 기능 네트워크 차이를 분석했다. 휴지기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과 임상 정보, 아동기 외상 경험 설문(CTQ)을 함께 활용했다.

그 결과,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우울증 환자들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시각피질과 전두엽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피질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하고 기억·정서와 연결해 장면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며, 전두엽은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핵심 영역이다.

두 영역 간 연결이 약해질 경우, 시각적 정보와 기억, 정서적 경험이 전두엽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감정 조절과 판단 기능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자살 시도를 단순히 우울 증상의 심화로만 보지 않고, 뇌 정보 처리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 차이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기 경험과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연구 결과, 아동기 신체적 방임 경험이 많을수록 시각피질과 전두엽 사이의 연결성이 더 약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어린 시절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경험이 뇌 기능 회로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일부 우울증 환자에서 자살 위험을 높이는 신경생물학적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규만 교수는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우울증 환자들은 단순히 증상이 더 심한 집단이 아니라, 정보를 인식하고 해석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뇌 연결 구조 자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자살 위험을 증상 중심 평가를 넘어 뇌 신경 네트워크의 기능적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방임 경험이 뇌 네트워크 발달과 연관된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예방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Suicide attempt history, childhood trauma, and functional brain network alterations in major depressive disorder’라는 제목으로 미국 American College of Neuropsychopharmacology 공식 학술지인 Neuropsychopharma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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