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음주 이후 한 달, 간은 얼마나 회복됐을까

피로·식욕 저하, 단순 후유증이 아닐 수 있는 이유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6-01-27 08:34

▲ 짧은 기간 집중된 폭음은 간에 급성 손상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사진=셔터스톡]

직장인 A씨(40대)는 연말 송년회와 연초 신년회가 이어진 뒤부터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다.


술자리가 끝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더부룩했다. 오른쪽 윗배가 묵직한 느낌도 계속됐다.


단순한 숙취 후유증이라 생각했지만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AST·ALT)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는 결과를 받았다.

A씨처럼 “술자리는 끝났는데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연말·연초 이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뚜렷한 통증이나 증상을 드러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연말 폭음, 간에는 더 위험한 이유

연말·연초 음주의 특징은 짧은 기간에 집중된 과음과 폭음이다.


평소 술을 자주 마시지 않던 사람도 회식과 모임이 겹치며 갑자기 음주량이 늘어난다.


이때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손원 교수는 “요즘 응급실이나 진료실에 술로 인한 소화기계통 질환자가 늘고 있다”며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다가 갑자기 많이 마셔 탈이 나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성 위염, 급성 알코올성 간염, 급성 췌장염은 모두 연말 음주 이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문제는 명치 통증, 구역감, 식욕 저하, 더부룩함 같은 증상이 겹쳐 나타나 단순 숙취나 위장 장애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간 수치 이상, 언제쯤 회복될까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비교적 초기 단계의 알코올성 간염은 금주만으로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금주를 시작하면 간 수치는 보통 4~6주 내에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회복 기간 중 다시 술을 마시면 간은 ‘회복 → 손상’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전호수 교수는 “알코올성 간염은 금주하면 간수치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될 수 있지만, 음주를 지속해 간경변으로 진행되면 술을 끊어도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황달이나 복수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간 손상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한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는 회복이 어렵고, 정기적인 진료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피로·식욕 저하, 간이 보내는 구조 신호

간 기능 저하의 초기 증상은 일상적인 변화로 나타난다.


이유 없는 만성 피로감, 식욕 저하, 소화 불량, 복부 팽만감이 대표적이다. 소변 색이 짙어지거나 멍이 쉽게 드는 것도 간 기능 이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손원 교수는 “급성 알코올성 간염은 극심한 통증보다 오른쪽 윗배의 은근한 불편감과 심한 피로감, 식욕 부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나 소화 문제로 넘기지 말고 간 건강을 점검해야 한다.


▲ 연말·연초 술자리가 끝난 1월 말, 피로감이나 오른쪽 윗배 불편함이 있다면 간 수치부터 확인해볼 시점이다. [사진=셔터스톡]


“적당한 음주”는 정말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몸에 완전히 안전한 술은 없다”고 말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과장은 “의학적으로 안전한 음주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술은 몸에 독소로 작용하고,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면 세포 변이가 일어나 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학회 권고에 따르면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할 경우 남성은 소주 약 4잔 이하, 여성은 2잔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하루 음주 후 최소 2~3일은 금주해 간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꼭 해야 할 간 건강 점검


연말·연초 술자리가 끝난 1월 말은 간 건강을 점검하기에 중요한 시기다.


최근 피로가 심해졌거나 오른쪽 윗배 불편감이 있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간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간 초음파나 간 섬유화 검사로 간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전호수 교수는 “부득이 음주했다면 한 번 마신 뒤 최소 3일 이상 간을 쉬게 하는 것이 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새해를 계기로 금주나 절주 계획을 세우고 주변에 알려 실천력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연말의 술자리는 끝났지만, 간의 회복은 아직 진행 중일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수년간의 간 건강을 좌우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숙취라고 넘겼던 증상이 사실은 간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면, 지금이 간 건강을 점검해야 할 때다.



■ 간 건강, 이렇게 점검하세요

연말·연초 음주 이후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간 건강을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간 점검은 복잡하지 않다.

▲ 증상 확인
이유 없는 피로, 식욕 저하, 소화 불량, 오른쪽 윗배 불편감, 소변 색 변화, 눈이나 피부가 노래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점검 대상이다.

▲ 기본은 혈액검사
AST·ALT(간세포 손상), γ-GTP(음주 영향), 빌리루빈(황달 관련) 수치를 통해 간 기능 상태를 확인한다. 수치가 높다면 금주 후 4~6주 뒤 재검으로 회복 여부를 본다.

▲ 필요 시 영상검사
혈액검사 이상이나 증상이 지속되면 간 초음파로 지방간·간 구조를 확인하고, 간 섬유화 검사를 통해 간경변 위험도를 평가한다.

▲ 이런 경우라면 꼭 점검
연말·연초 과음, 과거 지방간 진단, 간 수치 이상 경험, B형·C형 간염 보균자, 소량 음주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이라면 정기 점검이 필요하다.

▲ 검사 후 관리도 중요
최소 2~3일 연속 금주로 간에 휴식을 주고, 불필요한 약물·건강기능식품 복용은 줄인다. 규칙적인 식사와 가벼운 운동은 간 회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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