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더위 탓만 했다간 큰일"
여름철 탈수·기립성 저혈압부터 뇌경색 신호까지… 반복되면 원인 확인 필요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맘때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름철에는 땀 배출이 늘면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고, 혈압이 떨어지거나 체온 조절 기능이 흔들리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기 쉽다. 온열질환 위험도 커져 기존 어지럼증이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어지럼증은 단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여기기 쉽지만, 원인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혈압약·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은 무더위 속 탈수와 혈압 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어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은 단순히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에 그치지 않는다. 균형을 잡기 어렵고 걷기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몸이 붕 뜨는 느낌,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등 양상도 다양하다.
어지럼증은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진료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어지럼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01만5119명으로, 2018년 90만7665명보다 약 11.8% 증가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이 있다. 이석증은 귓속 평형기관에 있어야 할 이석, 즉 작은 칼슘 결정이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발생한다.
머리 위치를 바꿀 때 갑자기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릴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메니에르병은 귀 안의 림프액이 과도하게 차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반복적인 어지럼증과 함께 청력 저하, 이명, 귀 먹먹함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전정신경염은 귓속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한다. 갑작스럽고 심한 어지럼증이 수 시간에서 수일간 지속될 수 있으며, 구역과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 이후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증상 경과를 잘 살펴야 한다.
드물게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뇌종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갑자기 발생한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복시, 즉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 보행 장애가 동반된다면 뇌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는 “이러한 증상은 뇌간이나 소뇌 등 중추신경계 이상과 관련될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특히 뇌혈관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거나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갑자기 심해졌다면 증상의 양상과 동반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관에서는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 청력 검사, 전정기능 검사, 혈압 측정 등을 통해 원인을 살핀다. 필요할 경우 뇌 MRI나 CT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해 중추신경계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이석증은 제자리를 벗어난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이석정복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메니에르병은 귀 안의 림프액 압력을 줄이기 위해 염분 섭취를 제한하고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전정신경염은 급성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균형 기능 회복을 돕는 전정재활운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반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신경계 질환이 원인이라면 응급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어지럼증이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름철 어지럼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장시간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과 함께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내외 온도 차가 큰 환경에서는 갑작스러운 체온 변화가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어 냉방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것이 좋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와 관련이 깊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는 천천히 움직이고, 어지럼증이 느껴지면 무리하게 걷지 말고 안전한 곳에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어지럼증으로 균형을 잃으면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령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건주 교수는 “갑자기 일어나기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이 기립성 어지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휴식을 취한 뒤에도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여기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은 기자 /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