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

퇴직 후 믿을 만한 것은 연금 뿐
연금개혁은 미뤄진 상태..더이상 지체 말아야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3-27 11:30


<노인빈곤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노인들이 가난한 나라, OECD국가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가진 나라가 우리나라 입니다. 현재를 사는, 조금이라도 젊은 세대들, 아직 나는 늙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세대들은 노인세대의 일은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연금 개혁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세대에 들어서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에 우리는 빨리 무엇인가 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행동만이 미래를 장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지난 기사에 이어 우리나라의 연금 현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연금 현황

직장을 꾸준히 다니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해 연금을 부어 온 사람이라면, 퇴직 후 믿는 구석은 '국민연금'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4월1일, 도시자영업자에 대해 국민연금제도가 확대되어, 전 국민 연금시대가 시작되었다. 국민연금은 생애 평균임금의 60% 수준의 급여율을 가지며 노령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은 1999년부터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되었다. 연금 수령연령은 현행 60세에서 2013년 이후 5년 간위로 한 살씩 증가되어 2033년에는 65세로 연장된다. 국민연금은 노년의 든든한 수입원이 될 수 있지만,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말 만으로도 희망이 없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을 위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말 국민연금을 90년대생 이후는 한 푼도 못 받을까? 한 나라의 연금제도라는게 이렇게 허술한 것일까?
연금개혁은 필요하지만, 90년대생 이후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지금 기금이 고갈 된다고 해서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 지급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적립식 연금과 부과식 연금이다. 적립식 연금은 개인이 각각의 계좌에 적립한 원금과 투자수익을 기반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기금을 쌓아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한 수요만큼 기금을 주는 방식이다. 부과식은 당대의 노동자들한테서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 당대의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지금하는 방식으로, 지금 연금을 내는 사람들의 돈을 가지고 은퇴자들에게 주는 것이다. 현재의 젊은 사람들이 지금 내는 돈, 이번 달에 내는 돈을 노인들한테 지급하는 방식인데 프랑스, 독일, 스페인등이 이 두 번째 방식인 부과식 방식의 연금을 지급한다. 기금을 쌓아놓지 않아서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기금이 거의 없더라도 연금은 계속 돌아가는 구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기금은 굉장히 적립이 많이 돼 있다. 현재 890조 정도의 기금이 쌓여 있다. 이렇게 기금이 많이 쌓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베이비붐 세대가 굉장히 많은데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 이후인 1955년 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고,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8년~1974년 간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인 49~55세는 인구 분포상 중위연령에 속하며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는 등 황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은 대략 2040년대 후반부터 2060년대까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연령 분포를 보이는 베이비붐 세대 사람들을 위한 완충의 의미로 현재 기금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인데, 이 기금이 없어진다고 해서 이후의 세대가 못 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서 너무 과도한 공포나 불안은 덜어내야 할 것이다.

현재 당면한 문제중에 지금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쌓여있는 기금이 다 없어진 그 이후 즉, 2050~60년대가 지나 적립식 기금이 고갈된 후에 부과식으로 어떻게 완만하게 전환할 수 있는가이다. 이것이 진정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내가 낸 것보다 조금 더 받으려면 연기금이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연기금이 수익부분을 개선하더라도 2050~60년대 이후에는 연기금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는가가 논의의 핵심이다.

지금부터 약 20~30년 이후에 연금을 받을 지금의 청년 세대들이 본인들이 그 연금을 받을 때 국가가 연금의 부족분을 보조해야 하는가 아닌가의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30년 후에 국가가 우리의 연금을 어느 만큼 보장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본인들이 받을 연금에 대한 결정권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한다.


연금전문가들이 보는 연금 해법은?

기금이 쌓였다 하더라도 연금에 있어서 해법은 필요하다. 연금에 대해서 공동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수급개시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에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노동을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퇴직연금은 수익률을 개선해 노후 보장 수단으로 키워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덧붙였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이 도입되던 당시인 88년에는 기대수명이 70세였지만 최근에는 기대수명이 80세가 넘는다는 것이 첫 번째 이다. 또, 65세 이상 연령층도 건강하고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두 번째 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년 상향은 불가피고, 현재 법적 정년인 60세를 65세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금까지는 연금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어도 60세로 맞춰진 연령 상한제 탓에 납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년이 늦춰지면 65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그만큼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년 연장은 노동 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 보통 50대 초반에도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평균 30세에 입사하여 50세를 조금 넘긴 나이에 은퇴를 하므로 경제활동을 20년 정도 하고 그만두는 셈이다. 20년은 노후를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따라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손보는 등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에서는 정년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더 일할 수 있고 연금소득 공백도 줄지만 이에 따라 청년 고용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을 늘려 고령층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올해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이를 향후 66세나 67세까지 더 미루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조정하면 그 기간동안 연금을 더 낼 수 있는 경제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령자의 고용률이나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와 수급개시 연령 조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험료율 자체를 높이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베이비붐 세대처럼 연금 부담 능력이 남아 있는 인구가 존재하는 지금, 보험료율을 조금 더 빠르게 많이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해야만 청년들이 향후 노령인구에 진입했을 때 부담하는 액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까지 올리고 나중에는 18%까지도 상향해야 한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정년연장과 수급개시연령 조정, 보험료율 상향만으로는 연금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고도 말한다. 연금이 본연의 사회보장 역할을 하려면 연금 체계를 개편하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인구가 줄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대 간 소득 이전 방식인 부과방식으로는 연금의 존립이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부과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을 부과방식과 적립식의 혼합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구구조 변화에 상관 없는 적립형으로 연금 구조를 개편하면서 혼용하는 방식도 권장한다. 여기에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 연금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2%대에 그치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하고 사적 연금 시장에 해외 금융기관이 들어오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등 직격연금에 대한 개혁도 이루어져.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올리고, 공무원연금의 혜탁을 낮춰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편도 강조했다.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70%에게 지급되는데 이 대상자를 조금 줄이고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더 몰아주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2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양극화 현상이다. 노동력을 통해 근로소득을 창출하기 힘든 노인세대는 더 큰 빈부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노령 인구의 삶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연금 개혁을 늦출 수 없다. 지금까지의 노령인구의 삶의 빈곤, OECD 국가중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 라는 타이틀은 연금제도의 미성숙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소득보장제도이며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만큼, 개혁다운 개혁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