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선물하는 도심 속 자연

크고 작은 도심 속 녹지 공간
사람들의 삶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녹지공간 많은 도시가 더 높은 발전을 가져와
  • 은현서 기자
  • 발행 2023-04-28 15:40

[사진=경기도 분당의 이매촌의 한 도로. 4월 말인데 이미 녹음이 푸르다]


최근 봄을 맞이하여 각 지자체에서 도심의 가로수의 가지치기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지치기는 수형을 예쁘게 잡아주고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 나무 전체의 20~25% 정도 선에서 가지치기를 해야한다. 그러나 어떤 가지치기의 경우는 가지를 친게 아니라, 목을 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잔가지 전부를 비롯해 나무의 맨 위를 뚝 잘라놓은 것도 있다.
꽃가루가 날린다고, 새들이 모여들어서 배설물로 더럽힌다고,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얼마전 분당 수내동 도시고속화도로 초입의 40여 그루의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가 잘려나간 것은, 바로 앞에 짓고 있는 호텔의 외관을 가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도심의 나무들을 이런 이유로 마구 잘라도 되는 것일까. 도심이기 때문에 나무가 없어도 된다는 논리인가. 서양의 많은 도시들은 도심 속 크고 작은 녹지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끼고 가꾼다. 뉴욕의 엄청난 크기의 센트럴파크와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은 도시가 얼마나 녹지를 중요시 여기는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사람들은 도심의 녹지공간에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크고 작은 모임을 갖는다. 작은 도심의 숲, 산책로나 자전거 길이 있는 공원, 나무가 많이 심어진 주택가 등,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 내 녹지 공간은 혼잡한 도시에서 휴식을 취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녹지 공간은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신체 및 정신 건강을 비롯해 행복감을 높인다. 이 외에도 도심의 녹지공간이 주는 이점에 대해 알아보자.


자연스럽게 건강해 지는 신체

도심속의 녹지공간이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는 많다. 녹지는 걷기나 달리기 등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언제든 시간을 내어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적인 생활방식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을 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피트니스클럽을 따로 찾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언제든, 어떤 시간이든 걷고 달릴 수 있으므로 비만이나 과체중 위험이 줄어들고, 심장건강을 개선할 수 있그며, 당뇨병, 코 콜레스테롤 위험, 혈압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녹지공간은 또한, 장 건강에 이로운 미생물에 대한 노출을 늘려 면역력을 높여줄 수도 있다.

녹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신체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많은 이점을 갖는다. 연구에 따르면,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은 스트레스, 불안감등을 감소 시키고 우울증을 완화한다. 또한 기분장애를 개선하므로 술이나 약물 남용비율이 감소한다. 정신이 어지러울 때 나무에 기대어 있는 것 만으도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안정감이 높아진다. 따라서 정서적인 재충전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연구는 자연과 녹색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혈압과 불안 수치가 낮아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실제로 녹지를 접한 시간이 길수록 정신건강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한 연구에 의하면, 녹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들은 10대와 성인기에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았다.


인위적인 것들로 안전한 도시

녹지 공간은 지역과 도시를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 도로나 건물 등을 짓는 데 사용되는 강철, 콘크리트, 아스팔트는 열을 가둬 둔다. 도시 밖 지역에 비해 도시의 온도가 올라한다. 이를 도시열섬효과(urban heat island effect)라 한다. 나무가 있으면 도시에 그늘이 지고 시원한 공간이 만들어져 열을 내린다. 실제 나무 아래 그늘은 주변보다 5~10도 정도 더 시원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구에서 큰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대구는 여름이면 다른 도시들에 비해 기온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도심의 열섬 효과를 낮추기 위해 나무를 많이 심었고, 작은 도심의 공원들을 늘렸다. 그 결과 나무를 심기 전의 한 여름 평균기온에 비해 많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도심의 녹지와 나무들은 소음과 공기 오염을 줄여주기도 한다. 도시의 나무가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와 같은 독성 물질과 화학물질을 수백 톤 걸러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나무가 많은 도시는 공기는 숨쉬기에 더 안전해진다.

누구나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고, 언제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잘 정비된 녹지는 주변 지역의 범죄와 몰력 비율을 낮춘다. 연구에 따르면 녹지 공간이 지역의 자부심을 높여 쓰레기를 무단투기 하거나, 함부로 낙서를 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녹지 공간과 인근 거주민의 전반적인 심리적 스트레스 감소를 연관 지은 연구 결과도 있다.
식물이 많은 곳, 자연이 보이는 곳, 휴식 시간에 녹지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곳에서 일하면 전반적인 사기와 업무 생산성이 높아 질 수 있다. 녹지 공간이 많은 주변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근 지역의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 공간은 이렇듯 사람들의 건강과 삶을 품어준다. 예전에는 10층 정도 되는 아파트를 높은 나무들이 품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 지어져 올라가는 고층의 아파트들을 보면, 그 아래 심어진 나무들은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자연과 멀어진 삶은 우리를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도시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공의 녹지공간이 없으면 머지않아 도시는 슬럼화 된다. 홍콩의 거대한 아파트촌을 생각하면 슬럼화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우리 삶에 더 이로운 것인지 생각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시계획을 생각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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