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잠 못 이루는 검은 밤의 손님, 불면증
'입면장애', '수면유지장애' 다 불면증
잠을 잘 못 잔다는 사실에 대한 강박도 불면증의 원인
전문가들은 질 좋은 잠을 자는 것에 대해서 강조한다. 잠들기가 어렵지 않아야 하고, 중간에 깨지 않으며 성인 남성은 하루8시간, 성인 여성의 경우 7시간을 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질 좋은 잠이라고 한다. 그러나 잠들기 쉽지 않은 요즘이다. 한국인의 경우 OECD국가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 22분에 못 미치는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다. 도무지 쉽게 들지 못하는 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자.
수면은 우리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의 중요한 영역이다. 보통 우리가 흔치 말하는 불면증은 '수면 장애'의 일종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기 위해서 자리에 누웠으나 오랫동안 뒤척이기만 하고 잠들기가 어려운 '입면장애'와, 잠은 들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유지 장애'를 말한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수면 부족 상태가 되어 낮 동안 졸음, 피로감, 의욕 상실 등을 초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한 달간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4%로 매우 높게 조사될 정도로 잠을 자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수면장애의 종류
수면장애의 종류는 크게,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이 있다.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잠은 들지만 자주 깨는 경우, 새벽에 너무 일찍 잡에서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해 힘든 경우를 포함한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면증은 야간에 6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함에도 낮에 심한 졸음을 호소하는 과다수면증의 하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 무렵 다리의 부위 중, 특히 종아리 부근에서 느껴지는 불편감을 말한다. 그 불편감을 딱히 꼬집어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게속 신경쓰이는 불편감으로 잠 들기 어려워 수면 부족을 초래한다. 같은 공간에서 잠자는 타인까지 힘들게 하는 코골이가 있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는 수면중에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 하는데, 수면 무호흡으로 인해 뇌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잠을 잤지만 뇌는 잠은 제대로 못잔 상태가 된다.
불면증의 원인
불면증은 평소 잠자는 시간이나 습관이 불규칙한 사람에게 생기는데, 거기에 더해 환경 변화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증상이 악화된다. 잠을 잘 못 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경우에도 신경계가 긴장하여 불면증이 지속되고 심해질 수 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시적으로 겪는 불면증의 흔한 원인은 여행으로 인한 시차,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직, 이사, 입원 등으로 평소에 본인이 했던 하루의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며칠이 지나면 좋아진다.
만성적인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통증, 관절염, 두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불면증과 동반될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심리적인 문제도 불면증에 영향을 준다. 수면제 복용 기간이 너무 오래 되어도 수면 단계의 변화로 불면증이 심해질 수 있다. 각성제, 스테로이드제, 항우울제, 교감신경 차단제 등의 약물이나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커피와 지나친 음주도 불면증의 원인이다.
진단 및 검사
불면증은 적어도 1개월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한 낮 동안의 피로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불면증이라고 진단한다. 불면증을 진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일기를 통해 본인의 수면 습관을 확인하는 것이다.
수면일기란 수면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쓰는 것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 잠이 든 시간, 잠에서 깨는 횟수와 시간, 전체 수면 시간, 일어나는 시간, 낮잠 등을 기록한다. 수면일기를 쓰는 것으로써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잠자리에 누웠는데 다른 행동을 하는 등 잘못된 수면 습관을 확인할 수 있다.
함께 자는 동거인을 통해 환자에게 코골이가 있는지, 수면 중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하는데, 불면증을 일으키는 흔한 약제로는 각성제, 스테로이드제, 항우울제, 교감신경 차단제 등이 있다. 그 밖의 원인 진단을 위해 하루 정도 수면을 취하면서 하는 검사인 '수면다원검사'를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야간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뇌파와 눈동자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심전도와 혈중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호흡,코골이 소음은 어떤지를 측정한다. 또 근육의 긴장도와 움직임, 자세 등을 검사하고 적외선 비디오로 수면의 모습을 활영하고 이 모든 수면에 관련된 여러 요인들을 모니터링 한다.
불면증의 치료
불면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잘못된 수면 습관이다. 잘못된 수면 습관을 수정하고 건강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수면 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위생을 위한 10가지 수칙을 보자.
1)낮잠을 피한다.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여 낮에 피곤하고 졸려서 낮잠을 자게 되면 밤에 잠을 못 자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므로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2)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예를 들어 수면 시간을 8시간으로 결정했으면 잠을 잤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침대에 눕기 시작한 순간부터 8시간이 지나면 일어나서 침대를 떠나야한다.
3)잠자리에 누워서 10분 이상 잠이 들지 않으면 일어나서 침대 밖으로 나와 단순한 작업을 하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 TV를 보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4)침대는 오로지 잠을 자기 위해서만 사용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생각하기 위해 침대에 눕는 것을 피한다.
5)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주중에 수면이 부족했다고 해서 주말에 늦잠을 자지 않도록 한다.
6)밤에 깨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는다. 밤에 깨서 시계를 확인하는 행동은 본인이 몇 시간을 잤는지 계산하게 되고 그것때문에 더 잠에 대한 강박이 생길 수 있다.
7)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저녁 늦은 시간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8)잠자리에 들기 약 2시간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된다.
9)수면을 방해하는 담배, 커피, 홍차, 콜라, 술 등을 피한다. 적은 양의 술은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술을 많이 마시면 숙면을 방해하여 자주 깨게 되고 깊이 잠들지 못하므로 마시지 않도록 한다.
10)배고픈 느낌인 공복감도 잠들기 어려운 원인이 되므로 우유 등을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면 도움이 된다.
관절염, 두통과 같은 통증 질환, 호흡곤란이 있는 심폐질환,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 역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자다가 자주 깨기 때문에 해당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불안증이나 우울증도 불면증의 중요한 원인이므로 잘 평가하고 치료해야 한다.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주기적 사지운동증이 불면증과 동반되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 좋은 수면 위생의 훈련과 함께 취침 시간의 제한, 이완 요법, 바이오피드백, 광선치료가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면증의 약물치료
수면제는 비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고, 낮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잠을 못 자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증가해 불면증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복용할 수 있다. 가능하면 소량을, 단기간 복용해야 한다. 수면제 종류별로 복용 시작 시간, 수면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 낮 동안의 진정 효과, 이상 반응 등이 다양하므로 불면증의 원인, 유형과 수면제의 약리학적 특성을 동시에 고려한 후 복용해야 한다. 수면제는 항우울제, 항불안제(수면유도제, 벤조다이아제핀)와 같은 전문 의약품과 항히스타민제, 멜라토닌(Melatonin)과 같은 일반 의약품이 있다. 복용하던 수면제를 갑자기 중단할 때 오히려 불면증이 더 심해지는 반동성 불면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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