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3]침 맞으면 직방이라고?(1)
침(鍼)은 풍습통(風濕痛)을 치료한 석기시대부터 쓴 오래된 의료기구
종류만 9개, 현대에서는 '호침'이 가장 많이 쓰여
['한의학' 이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생소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함께한 의학인데도 말이지요. 오래전부터 함께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의학은 매우 고전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술을 하지 않아 수동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MOBON(모본)' 입니다. MOBON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MOBON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MOBON'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침 맞으면 직방이라고?
우리의 생각 속에서 ‘한의학적 치료라 하면 침’으로 통합니다. 진하게 달인 탕약과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분명 ‘침’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한의학적인 치료가 조금 소극적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은 서양의학과 비교를 하게되면서 그렇습니다. 모름지기 의사란 머리에 두건을 쓰고, 푸른색의 수술복을 입고, 잘 씻은 손을 가슴 근처로 치켜들고, 하얀 장갑을 낀 후, 뒤로 묶는 수술 가운을 입고는 수술실에 들어가 ‘메스’ 하고 외쳐야 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한의사의 침술은 어떤가요? 조용하고 신중합니다. 그래서 침으로 하는 치료는 뭘 안 하는 듯 보이기도 해요. 피부를 절개하고, 뭔가를 잇고 꿰매지를 않으니 덜 분주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맥을 짚고, 진단하고, 혈자리를 찾아 침을 놓고, 기다린다. 이것이 전부이니 옆에서 보는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듯 보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듯한데, 치료 받은 사람들은 또 금방 거뜬해 지거든요. 음..그렇다면 도대체 침이 뭔지 이참에 좀 알 필요가 있겠어요.
‘침’ 이라고 하면 원가 뾰족한 바늘을 말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실제로 우리가 뾰족한 바늘을 침이라고 부르니까요. 그리고 한의원의 침도 바늘처럼 생겼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여기서부터 우리가 침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기는데요, 뾰족한 물건을 뜻하는 ‘침’은 한자로는 ‘針, 한의학에서 쓰는 ‘침’은, 한자로 ‘鍼’ 이라고 씁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사람의 몸에 있는 혈을 찔러서 병을 다스리는 데에 쓰는 ‘의료기구’ 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의학의 ‘침’은 의료기구 입니다. 그것도 꽤나 역사가 오래 된.
가장 오래된 침구는 폄석(砭石) 이라는 돌이나 옥을 갈아서 송곳 모양으로 만든 침입니다. 피부를 얕게 찔러 피를 내거나 고름을 짜내는데 쓰였다고 합니다. 고대 원시시대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집 이랄게 없어 동굴 생활을 했는데, 이렇게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살다보면, 풍습통(風濕痛)이라는 병에 걸리게 됩니다.
왜, 우리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비가 오려나..’하면서 하늘을 보며 관절을 두드리는 그런 행동을 하잖아요? 아니면 종종, 가까운 어르신들이 관절이 아프시다면서 비가 올 것을 예견하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그게, 괜한 행동이 아닌데요, 앞서 말한 풍습통에 걸리면 관절이 쑤시고 아파서 관절을 펴거나 굽히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몸이 차고, 호흡이 짧고, 갈증이 나고 어지럽거나 열을 동반한다지요.
그래서 이러한 풍습통을 치료하기 위해서 폄석이라는 침을 썼다고 합니다. 몸안에 있는 나쁜 병의 원인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뭔가 몸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뽀족한 물건이 필요했습니다. 뽀족하되 사람에게 큰 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낼 수 있는 그런 도구를 말이지요. 원시시대의 사람들이라고 모두 다 몸에 칼이나 침을 대는 것을 두려워한 것은 아닙니다. 병이 몸 안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더욱이 그것을 몸을 열어 없애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지요. 따라서 침은, 외과수술 도구가 맞습니다.
그렇게 석기시대를 지나, 청동시기대에 들어서면서 침은 가늘어졌습니다. 그리고 매우 가늘어 미세하다는 의미의 미침(微鍼)이 생겼습니다. 점차 철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 정교하고 단단한 침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침의 종류도 여러가지로 발전했습니다. 침의 종류만 9개 입니다. 침이라면 찌르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시각으로 보면, 저것도 침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바늘이나 송곳처럼 생긴 침도 있지만, 날이 선 칼 처럼 생긴 침도 있습니다. 끝이 둥근 침도 있고, 또 3면에 날이 있는 침도 있어요. 그래서 침 같지 않은데, 침 맞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침은 그저 찌르기만 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외과수술 도구입니다. 찌르고 째고 짜고 긁어내는 도구 말이에요.
이 9개의 침(九鍼)은 각자의 역할이 다 다릅니다. 이름도 생김새도 다 다르구요. 참침, 원침, 시침,봉침, 피침, 호침, 장침, 대침, 원리침이 9개의 침의 이름입니다. 그중에, 참침, 원침, 봉침(현대의 봉침이라 부르는 벌의 침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피침은 칼의 형태입니다. 이 9개의 침들은 각각 적용하는 부위나 병증도 다릅니다. 얕게 찔러서 피를 내거나, 피부 위에 자극을 주거나, 혈맥의 질병 치료, 열병이나 외과 질환 치료, 고름 제거, 중풍 질환, 통증, 관절 질환, 마비 증상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침을 찌르는 깊이 역시 정해져 있어서 깊이 찌르면 몸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단순히 침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침을 불에 달구었다가 놓거나, 혹은 침의 꼬리 부분에 쑥을 얹어 태워서 침과 뜸을 결합한 온침을 놓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기운이 몸에 더 잘 전달되게 하려는 것이지요. 이 9침 중에 호침이 가장 주된 침입니다. 뼈마디가 저리고 아프며 팔다리가 붓고 잘 못 움직이는 병인 비병에 쓰이는 침으로 현재 사용하는 침치료를 대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뒷 이야기는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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