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집중조명4] 침 맞으면 직방이라고? (2)
모든 병은 각 지역의 땅의 성질, 기후, 물, 음식,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발생
힌의학이 원래 잘 하던 것은 시침.. 지금도 잘 하는 것을 하는 중
['한의학' 이라고 하면 특별하거나, 생소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함께한 의학인데도 말이지요. 오래전부터 함께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의학은 매우 고전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수술을 하지 않아 수동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의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 발전을 인정받아 '한의학'을 영어사전에 검색하면 'Korea medicine' 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여기, 더욱 건강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한의사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모든 병의 근본 치료' 라는 뜻의 'MOBON(모본)' 입니다. MOBON에는 같은 뜻을 가진 한의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임상연구를 공유하고, 현대사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아프기 전에 쉽고 가깝게 한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랍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 MOBON은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삶속으로 밀접하게 들어가 1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K-medicine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 'MOBON'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잘 하는 것을 합니다.
모든 병은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의 성질과 기후, 물과 음식 그리고 문화에 따라 발생합니다. 따라서 각 나라의 사람들이 주로 앓는 병의 종류도 다릅니다. 그러한 병의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나 수술법도 발달하고 발전하는 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우리가 비교적 가깝다고 생각하는 과거 역사인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하자면, 조선에서 가장 고질병은 ‘종기’ 였습니다. 서민들에 비해서 훨씬 더 영양상태가 좋고 위생적으로 살았던 왕실에서도 종기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조선의 27명의 왕 중에 12명이 종기를 앓아 오랜기간 고통을 받다가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었고, 위생상태가 지금과 같지 않았으며, 유교문화의 영향탓에 함부로 다른 이에게 알몸을 보이지 않았던 시대여서 옷을 벗고 목욕을 자주 하거나 몸을 통풍 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종기는 왕실 뿐 아니라 여항의 서민들에게도 위협적인 병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라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 그것은 아닙니다. 조선 전기에는 ‘치종청’ 이라는 종기 등 외과 질환을 치료하는 기관을 두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드름 정도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일단 종기는 크기부터 달랐거든요. 처음에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로 시작했다가 점점 크게 번져서 손바닥크기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종기는 분명히 외과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병이었습니다. 그래서 침을 이용해서 찔러 고름을 빼고 긁어내는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유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조선이어서 소극적인 방법으로 침으로 찌르기만 하고 끝냈겠지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명종대의 ‘임언국’ 이라는 사람은 이름난 외과의사 였습니다. 종기에 현대 외과학의 수술 방법과 같은 치료법들을 적용하였습니다. 종기의 부위를 절개하는 방법이며 위생적인 관리법까지 그가 쓴 ‘치종비방’, 그의 제자들이 쓴 ‘치종지남’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유교의 굳건한 영향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은 그의 신분이었을 뿐입니다. 침은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다만 이 땅에서 이 땅의 병에 맞게 ‘잘 하는 것을 하는 것’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침은 어떤가요. 잘 하는 것을 잘 하기 위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재료도 바뀌어서 침은 이제 스테인리스로 제작됩니다. 튼튼한데다 침의 몸이 곧고 아주 매끈하죠.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임상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전기침으로 체내에 전기 자극을 주기도 하구요, 피내침처럼 아주 짧은 침을 피부위에 붙여서 얕은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는 침도 있습니다. 또한, 침은 과거와 다른 현대인의 병에 맞춰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질병인 만성피로, 자가면역질환으로 생기는 불필요한 통증, 잘못된 자세로 인한 관절의 통증과 이상증세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침의 기본 원리인 기혈의 순환을 잘 살리는 치료,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합니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의학도 발전하였습니다. 더욱이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기기들, 새로운 수술법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약들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구요.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통적이라는 이유로, 한의학은 외과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의학이 발전이 더딘 듯 생각하고, 한의학을 늦게 찾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입니다. 근데.. 정말 그럴까요? 한의학은 발전하지 않고 있을까요? 단언컨대, 아닙니다. 발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은 오랜 시간 동안 ‘잘 하는 것을 하고 있을 뿐’ 입니다.
침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몸에 큰 상처를 내지 않고 병증이 있는 부위에 닿아 자극을 주고 치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연구된 것이 약침입니다. 우리땅에서 자란 약재들의 효능이 좋은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약을 먹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가 약효가 미치기 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조금 더 당기는 방법은 약이 아픈 부위에 직접 작용하는 것입니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이 아닌, 아무 거리낌 없이 바로 체내로 들어가는 데에는 침 만한 게 없습니다. 한약재에서 추출한 성분을 중요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가 약침입니다. 자칫 혈관을 따라 온 몸을 도는 링거와 다를 것이 뭐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온몸을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병증의 부위에 직접 작용하여 지속적인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이런 이유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해지니 병은 빨리 낫고 더 이상 같은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에서 ‘약침’은 ‘잘 하는 것을 잘 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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