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OECD서 수면시간 가장 짧아…“비만 원인”
그간 노년 세대는 잠을 줄여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젊은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또래들과 어울리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사용하고 게임을 하며 잠을 미룬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가별 15∼64세 수면시간 자료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았다.
통계청의 시간 사용 실태 조사(2019년)에서는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22분이고, 적정 수면시간인 7∼9시간을 자는 이들은 47%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16.4%는 6시간 미만, 44.4%는 7시간 미만을 잤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은 며칠간 수면 부족을 겪고 나면 잠을 몰아서 자곤 하지만 몸이 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적정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자면 잠이 빚처럼 쌓인다. 이른바 '수면 빚'이다.
필요한 시간보다 40분 정도씩 적게 잔 젊은 성인들이 수면 빚에서 완전히 회복되는데 3주가 걸렸다는 연구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적게 자게 했더니 날이 갈수록 주의력 검사에서 반응 속도가 떨어졌으며 2주 정도가 지났더니 하룻밤을 꼬박 새운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심혈관질환, 정신질환 등의 위험을 높인다.
수면 부족은 치매 등 인지장애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배출한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바로 아밀로이드와 관련이 깊다.
건강한 성인이 하룻밤을 꼬박 새운 뒤 뇌척수액의 아밀로이드 농도를 검사했더니 잠을 제대로 잔 경우와 비교해 아밀로이드 농도가 25∼30% 증가했으며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아밀로이드 침착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잠을 6시간 미만으로 자거나 9시간 이상 잔 경우 7∼8시간 잔 노인에 비해서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가 높았고, 인지 기능 검사 척도인 MMSE 점수도 낮았다. 즉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너무 많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더욱 솔깃할 이야기도 있다.
잠을 적게 잘수록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높아지고, 과체중과 비만이 많아진다는 것은 많은 대단위 연구에서 일관성 있게 파악됐다.
20∼65세 한국인 8천7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수면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7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전체 비만 및 복부 비만의 연관성이 25% 정도 높았다.
주목할 점은 20∼40세의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비만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즉 잠이 부족했을 때 젊은 남성이 젊은 여성보다 더 뚱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수면 생활을 위해서 평일과 휴일을 구분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라고 권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생체 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해 좋은 잠에 도움이 된다. 또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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