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몸이 느려진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의심을

박소영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강주은 기자
  • 발행 2025-10-30 14:28

▲ 지속된 피로와 체중 증가가 있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사진=셔터스톡]

최근 피로감이 쉽게 가시지 않거나 예전보다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식사량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늘고, 추위를 유난히 잘 타며, 집중력도 떨어진다면 단순한 노화나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바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원인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에너지 대사가 느려지면 몸 전체가 둔해집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기관으로, 이곳에서 분비되는 갑상선호르몬은 신체 에너지 생산의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전반적으로 느려지며 피로감, 무기력, 체중 증가, 변비, 건조한 피부, 탈모, 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됩니다.


특히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대표적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입니다.


면역체계가 자신의 갑상선을 공격하면서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병입니다. 이외에도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유증, 특정 약물 복용, 드물게는 뇌하수체 질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갑상선호르몬(T4)’ 수치를 확인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TSH가 높고 T4가 낮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판단합니다.


▲ 박소영 고려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치료의 핵심은 호르몬 보충과 꾸준한 관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다행히 치료가 잘 되는 질환입니다.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합성 호르몬제(레보티록신)로 보충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6~8주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하며 약물 용량을 조절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6개월~1년에 한 번 정기 추적 검사를 시행합니다.

다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대체로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입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으면 다시 악화될 수 있습니다. 꾸준한 복용과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약물치료 외에도 생활습관 관리가 도움이 됩니다.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은 신진대사 유지와 피로감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무리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생활은 호르몬 균형을 더 흐트러뜨릴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어 피로나 체중 증가를 단순한 노화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몸이 느려진다’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로, 체중 증가, 추위 민감 등이 오래 지속된다면 내분비내과 진료를 통해 갑상선 기능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만으로도 대부분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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