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 염증 단백질 차단해 ‘암’ 예방

美 연구팀 “피부암·췌장암 발병 위험 감소”
  • 김보희 기자
  • 발행 2024-05-31 17:2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몸속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Statin) 성분이 염증 단백질을 차단해 만성 염증에 따른 특정 암 발병 위험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숀 데메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 암센터 교수 연구팀은 스타틴계 약물 가운데 하나인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에 대한 세포·동물·인간 조직 샘플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염증 단백질 인터류킨-33(IL-33)을 차단해 피부암과 췌장암 발병을 억제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데메리 교수는 “만성 염증은 암의 주요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 연구는 환경 독소가 피부와 췌장에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조사하고, 이런 경로를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차단하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세포 기반 실험을 통해 알레르기 유발 항원과 화학 자극 물질 같은 환경 독소에 세포가 노출되면 IL-33 단백질 생성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신호경로(TLR 3/4와 TBK1-IRF3 경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경로가 활성화되면 IL-33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는 피부와 췌장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암 발생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약물 라이브러리를 검색해 피타바스타틴이 TBK1-IRF3 신호 경로가 활성화되는 것을 차단, IL-33가 발현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피타바스타틴은 생쥐 실험에서 환경 독소로 인한 피부와 췌장의 염증을 억제하고 염증 관련 췌장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간 췌장 조직 연구에서는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 환자의 샘플에서 IL-33이 정상 췌장 조직보다 과도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와 유럽 주민 2억 명 이상의 전자 건강기록 분석에서는 피타바스타틴 복용과 만성 췌장염·췌장암 위험의 유의미한 감소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피타바스타틴으로 IL-33 생성을 차단하는 것이 만성염증과 그에 따른 특정 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데메리 교수는 “앞으로 스타틴이 간과 위장관의 만성 염증에서 암 발생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조사하고, 암을 일으키기 쉬운 만성 염증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스타틴의 기존 효과를 넘어 다양한 만성 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스타틴이 단순한 고지혈증 치료제를 넘어 다양한 건강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염증 단백질 차단을 통해 암 예방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은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스타틴의 복용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헬스케어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