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통밀빵·시판 샐러드, 알고보니 ‘가짜 건강식’

채식 위주의 식단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식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소르본 파리 노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성인 6만3835명을 평균 9.1년(최장 1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식물성 식단의 ‘질’과 ‘가공 수준’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좌우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 리저널 헬스-유럽(The Lancet Regional Health—Europ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식단을 단순히 ‘식물성 대 동물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영양 품질(지방·당·염분 등)과 가공 정도를 함께 평가했다.
그 결과, 가공이 거의 없고 영양가가 높은 식물성 식품(신선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 통곡물 등)을 주로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44%,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이 32% 낮았다.
반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통밀빵·즉석 수프·시판 파스타·드레싱이 포함된 샐러드 등 ‘초가공 식물성 식품’을 자주 섭취한 사람은 심장 보호 효과가 거의 없었다.
특히 감자칩, 과일향 탄산음료, 초콜릿 과자, 단맛이 강한 시리얼 등 영양 품질이 낮은 초가공 식물성 식품을 즐긴 그룹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48%,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이 38% 높았다.
“식물성이라도 초가공이면 건강식 아냐”
연구진은 “식물성 식단이라도 초가공 제품이 많으면 건강 효과가 사라진다”며, “식품의 가공 방식과 첨가물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가공 식품은 대체로 당분·나트륨·포화지방·인공감미료·유화제 등의 첨가물이 많고, 반면에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 등은 부족하다.
이러한 조합은 혈당 변동을 키우고 염증을 유발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에 비해 가공이 거의 없는 식물성 식품은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식이섬유, ▲항산화 비타민(C·E), ▲미네랄(칼륨·마그네슘),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 등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풍부하다.
또한 식이섬유와 피토스테롤(식물성 스테롤)은 콜레스테롤 재흡수를 억제하고 간의 LDL(저밀도 지질단백질) 수용체 발현을 증가시켜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장내 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분해해 단쇄지방산을 생성하고, 혈당·지질대사·면역 기능을 개선한다.
이번 연구는 ‘식물성’이라는 단어가 붙은 모든 식품이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가급적 가공이 적은 신선식품(생채소, 냉동 또는 무첨가 통조림 등)을 선택하고, ▲식품 라벨을 꼼꼼히 확인해 첨가물이 지나치게 많은 제품을 피할 것, ▲즉석조리식품보다 직접 조리한 식사를 늘리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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