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시행 6개월 앞두고 지자체 준비 ‘빨간불’

  • 강주은 기자
  • 발행 2025-10-17 12:20

▲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국 지자체의 조직·인력·의료 인프라·예산·지침 준비가 부족해
시행 초기 혼란이 우려된다. 사진은 제1차 통합돌봄정책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내년 3월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지만, 전국 지자체의 준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과 인력, 의료 인프라, 예산, 지침 등 주요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업 시행 초기부터 혼란이 우려된다.

전국 절반 전담조직 없어…“현장 혼란 불가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통합돌봄 전담조직 및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147개 시범지자체 중 69곳(46.9%)은 전담조직이 없었다. 


전담 인력이 0명인 곳도 45곳(30.6%)에 달했다. 1명만 배정된 곳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61%가 ‘한 자릿수 인력’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편차가 컸다.


광주 서구는 18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만, 일부 군 단위 지자체는 담당자 한 명이 복지·돌봄·요양 업무를 모두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조직과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통합돌봄이 시행되면 기존 복지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협의체 구성률 6%…퇴원 연계기관 확보 ‘난항’

부산 지역의 준비 상황은 특히 부진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실이 전국 229개 기초단체를 전수 점검한 결과, 부산 16곳 중 15곳(93.7%)은 통합지원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또한 12곳은 퇴원 환자 연계 의료기관이 없었고, 10곳은 전담조직이 없었다.


부산시는 간호직·복지직 등 44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산정했지만, 복지부는 부산 전체에 165명 수준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실제 배정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 인력난이 예상된다.

통합돌봄은 환자가 병원이 아닌 자신의 거주지에서 의료·요양·생활 지원을 받도록 하는 제도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울산·경남 39개 기초단체 중 27곳은 아직 재택의료센터 지정을 완료하지 못했고, 부산의 재택의료 참여기관은 8개 구·군 10곳에 그친다.


퇴원환자 연계 의료기관도 대부분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병원과 지역사회 간 연속적인 돌봄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만태 살루스해운대통합돌봄센터 대표는 “퇴원 후 1~2주가 돌봄 공백이 생기기 쉬운 시기인데, 의료기관과 연계되지 않으면 재입원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의료기관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지침 없고 예산도 부족”…‘임시 대응’ 반복

일선 지자체는 사업 추진 방향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상급기관에서 임시 통보가 내려오면 그때그때 검토해 추진하는 수준”이라며 “정식 매뉴얼이나 표준지침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걸림돌이다.


내년 부산의 통합돌봄 예산은 구·군당 평균 6억7천만 원으로, 국비 50%, 시와 구·군이 각각 25%를 부담한다. 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인건비로 소진돼, 실제 서비스 제공에 투입할 예산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의 인건비 지원도 신규 채용 인원에 한해 6개월만 제공돼, 이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로 돌아간다.

“지역별 격차 심화 우려”…정부 대책 시급

통합돌봄은 지역의 의료·복지 자원을 통합해 고령자와 장애인 등이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현재 준비 상황을 보면 지역별 격차가 그대로 서비스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재관 돌봄과미래 위원장은 “지자체장의 관심과 추진 의지에 따라 사업 속도와 인력 확보가 달라지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준비가 부족한 지역에는 별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6개월은 제도를 다듬는 마지막 기회”라며 “전담조직 설치, 인력 배치, 의료기관 연계, 예산 확보 등 핵심 과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 로드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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