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통합돌봄의 정의와 역사 “왜 시작됐나”

통합돌봄,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0-15 11:49

▲ 의료·요양·복지·주거를 하나로 잇는 ‘통합돌봄’이 병원 중심에서 일상 중심으로 복지 패러다임이 바뀐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병원 중심에서 ‘생활 속 돌봄’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의료, 요양, 복지, 주거가 서로 분리된 채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병원에 입원한 노인은 퇴원 이후 돌봄 연계가 끊기고, 집으로 돌아온 뒤엔 건강관리·식사·안전·주거 지원이 각각 다른 기관을 통해 따로 신청해야 했다. 이로 인해 고령자와 가족들은 복잡한 절차 속에서 지쳐갔다.

‘통합돌봄‘은 바로 이런 단절을 잇기 위한 새로운 복지 모델이다. 의료·요양·건강·주거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한 번의 신청으로 끝까지 돌보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병원에서 집으로, 치료에서 일상으로, 그리고 제도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이 바로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변화다.

통합돌봄의 뿌리 ‘커뮤니티 케어’에서 시작되다

‘통합돌봄’의 개념은 해외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영국이 병원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티 케어’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환자가 퇴원 후에도 지역사회 안에서 계속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복지·주거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일본, 스웨덴, 덴마크 등도 지역 중심의 통합 돌봄체계를 국가정책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은 2018년부터 ‘커뮤니티 케어‘라는 이름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이라는 목표를 내세웠고, 의료기관·요양시설·복지관이 분절적으로 움직이던 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는 실험이 추진됐다.

왜 ‘지금’ 통합돌봄인가

그동안의 복지체계는 “서비스는 많지만, 연결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병원 퇴원 후 돌봄 공백, 장기요양등급 미신청, 주거 환경 문제 등은 각각 다른 창구를 거쳐야 했고, 정보가 분산돼 지원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화, 치매·만성질환의 급증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2024년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은 큰 전환점이 됐다.

2025년 3월 시행을 앞둔 이 법은 통합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 인프라로 제도화하는 첫걸음이다.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통합돌봄정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형 통합돌봄, “한 번 신청으로 끊김없이”

서울시는 이 법 시행에 맞춰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구체적인 모델을 내놨다.


‘서울형 통합돌봄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한 번만 동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보건의료·건강·요양·돌봄·주거 등 5대 분야의 서비스를 한 번에 연계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팔을 다쳐 생활이 어려워진 81세 김모 어르신의 경우, 통합돌봄관리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고, 방문진료·식사배달·병원동행 등 긴급 서비스를 즉시 연결했다.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미끄럼방지 설치, 정기 건강관리까지 ‘의료-요양-주거-생활지원’이 하나의 계획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4개 자치구에서 통합돌봄지원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내년에는 모든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시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늙을 수 있도록 돕는 도시형 복지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돌봄의 철학 ‘약자와 함께, 존엄한 삶으로’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목표는 단순한 예산 효율화가 아니다. 서울시가 내세운 약자동행 철학처럼, 이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복지의 재설계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스스로 돌보기 어려운 순간, 행정의 벽이 아니라 손이 먼저 닿는 구조. 그것이 통합돌봄이 존재하는 이유다.


서울시 윤종장 복지실장은 “초고령사회에서 돌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시민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고 건강하게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 기반의 통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편(‘통합돌봄은 어떻게 운영되나’)에서는 현장에서 통합돌봄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통합돌봄관리사와 지역 돌봄기관의 역할, 그리고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 모델까지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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