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기획특집 2편] “신청 한 번으로, 돌봄이 집으로 찾아온다”

통합돌봄,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 구재회 기자
  • 발행 2025-10-20 11:40

▲ 통합돌봄서비스는 동주민센터 한 번의 신청으로 의료·요양·주거 등 돌봄을 원스톱으로 연계해주는 제도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퇴원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까 봐 무서웠는데, 요즘은 간호사 선생님이 집에 와서 상처도 보고, 밥 먹는 것도 챙겨주니 안심이 돼요.”

서울 은평구의 78세 김 모 어르신은 지난달 뇌졸중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퇴원했다. 혼자 사는 김 어르신은 손이 떨려 식사 준비도 어려웠다.

퇴원 직전 병원 사회복지사의 안내로 ‘서울형 통합돌봄서비스’를 신청했고, 불과 하루 만에 방문간호와 식사 배달이 연결됐다. 지금은 주 2회 방문간호사가 건강을 확인하고 식사와 복약 관리까지 돕는다.

이처럼 서울형 통합돌봄은 “신청 한 번으로 끊김 없는 지원”이라는 단순한 문구 뒤에 실제 삶을 바꾸는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 번 신청으로 의료부터 주거까지… 문턱을 낮춘 복지

서울형 통합돌봄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가까운 동주민센터에 한 번만 신청하면, 의료·건강·요양·주거 등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연결해주는 제도다.

예전에는 각 서비스를 따로 신청해야 했다. 식사 지원은 구청, 방문 간호는 보건소, 주거 개보수는 다른 부서 등으로 흩어져 있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문의의 시작이 ‘동주민센터 한 곳’으로 통합됐다.

주민센터에 마련된 ‘통합돌봄 창구’에서 돌봄관리사가 신청서를 받고, 곧바로 가정 방문을 실시한다.

건강상태와 생활환경을 조사한 뒤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 식사 배달이나 병원 동행이 즉시 연결된다.

중장기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자치구 통합돌봄지원센터로 연계돼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회의가 열린다.

서울시 4개 자치구 시범운영… 내년 전역 확대

서울시는 올해 은평·강동·성북·서초구 등 4개 자치구에 ‘통합돌봄지원센터’를 시범 설치했다.

이 센터는 시민이 신청한 돌봄 수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서비스 제공 기관과 매칭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서울시 복지정책실 관계자는 “통합돌봄은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단절을 연결하는 일”이라며 “내년 법 시행에 맞춰 전 자치구로 확대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복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5대 분야, 촘촘하게 엮다


서울형 통합돌봄은 보건의료, 건강, 요양, 돌봄, 주거 등 5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첫째,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의사, 한의사, 간호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급성기 치료 후 퇴원하는 환자에게는 ‘퇴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재입원을 막는 맞춤 지원이 이뤄진다.

둘째, 건강관리 분야에서는 방문간호사와 건강장수센터가 협력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정기적으로 방문 관리한다. 건강교실과 주민 소모임을 통해 이웃 간 돌봄 공동체도 형성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등과의 연계로 마음건강 관리도 강화된다.

셋째, 요양서비스는 장기요양등급자에게 방문목욕, 간호, 재활치료 등 통합재가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동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병원 동행 서비스와 이동지원차량이 운영된다.

넷째, 돌봄지원 분야에서는 긴급 상황에 처한 시민에게 ‘돌봄SOS센터’가 즉시 대응한다. 일시재가, 단기시설 입소, 병원 동행, 식사 지원 등이 신속하게 연결된다. 특히 홀로 사는 고령자에게는 IoT 기기를 활용한 안전확인 시스템도 시범 운영 중이다.

다섯째, 주거개선 분야에서는 주거안심종합센터와 연계해 단열, 조명, 화장실 손잡이 설치 등 안전한 주거환경을 지원하고, 1인가구 주택관리·노인주택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장은 ‘속도와 신뢰’로 돌아간다

서울에 위치한 통합돌봄센터의 한 사회복지사는 “가장 중요한 건 ‘속도’와 ‘신뢰’”라고 말한다.

“신청 후 이틀 만에 방문하고 서비스가 바로 연결되면 어르신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즉시 도와준다는 경험이 주는 안정감이 커요.”

서울시는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장 간 협력 구조가 필수라고 본다. 이에 따라 ‘서울시–자치구–동주민센터’의 3단 구조를 운영한다.

서울시는 제도 설계, 예산,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자치구는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의료기관·복지관·건강보험공단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동주민센터는 신청, 상담, 방문조사 등 시민 접점의 역할을 맡는다. 현재 서울시에는 약 3,200명의 복지플래너, 방문간호사, 돌봄매니저가 활동 중으로 취약계층 발굴과 현장 대응을 전담한다.

민관 협력, 데이터 연계로 진화하는 시스템

서울시는 통합돌봄을 단순한 복지제도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민간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식사배달, 안전확인, 요양보호 등은 민간 수행기관이 맡고, 품질평가를 통해 서비스의 일관성을 확보한다.

또한 서비스 이용 현황과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통합돌봄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중복 지원을 줄이고, 필요한 서비스가 제때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서울형 통합돌봄의 핵심은 “누구나, 제때, 한 번의 신청으로”라는 원칙이다. 서울시는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난 개선점을 반영해, 내년에는 전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합돌봄은 단순히 복지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복지의 질을 바꾸는 일”이라며 “시민이 한 번의 신청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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