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요양보호사 10명 중 8명 “현장 떠난다”
사람 없이 통합돌봄 없다…보여주기식 대책 한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인력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저임금·고강도 구조가 지속되면서 요양 인력의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304만4230명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실제 활동자는 69만8521명으로 활동률은 22.9%에 그쳤다.
▲2020년 24.8%였던 활동률은 ▲2021년 24.5%, ▲2022년 23.8%, ▲2023년 23.0%, ▲2024년 22.6%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60대 활동률이 30.5%로 가장 높았고, ▲70대가 28.1%, ▲50대가 19.0%를 기록했다. 반면 ▲20대(6.8%), ▲30대(4.9%), ▲40대(8.7%)는 모두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의 요양 현장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는 셈이다.
임금은 200만 원 안팎 “이 돈 받고 돌아오라면 누가 가겠나”
요양보호사의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요양시설 근무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214만 원(시급 1만1994원), 공동생활가정은 ▲203만 원(시급 1만1423원)으로 집계됐다. 재가급여의 경우 방문요양은 ▲월 107만 원(시급 1만2125원), 주야간보호는 ▲월 197만 원(시급 1만1237원)에 불과했다.
특히 방문요양 종사자는 대부분 2~3시간 단기 근무로 일하게 되며, 근무 시간이 쪼개져 있어 월평균 임금이 107만 원 수준에 그친다.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은 “하루 2~3시간 단기 근무로는 생계가 불가능하다”며 “최소 5시간 이상, 주 25시간 이상의 기준 노동시간을 보장해 월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관 법인이 바뀌면 근속이 초기화돼 장기근속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며 “경력 단절 구조가 고착화돼 숙련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 빠진 통합돌봄, 지속 가능성 없다”
내년 3월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제도는 바뀌는데 사람은 그대로”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처우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추상적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시설 요양보호사 1인당 담당 인원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서동민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부가 시설 요양보호사 1인당 수급자 수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인력 충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근무 강도만 높아질 수 있다”며 “연차 사용이나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선임 요양보호사 수당은 시설 근무자만 해당돼 방문요양 종사자는 제외된다”며 “요양보호사를 비숙련 일자리로 한정하지 말고 폭언·성희롱 등 인권침해로부터 보호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양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뿐 아니라 업무 자체의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성신여대 임경춘 교수도 “요양보호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는 배설 돌봄”이라며 “자동화 배변설비나 보조기구를 급여 항목으로 인정하고 이를 활용할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법은 앞서가는데 예산은 제자리
정부는 통합돌봄사업 추진과 함께 인력 처우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산과 세부 기준은 여전히 미비하다.
돌봄서비스노조는 “정부가 내년 시행하는 통합돌봄사업에서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기준을 제외했다”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반복되는 동안 현장의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구조를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돌봄 현장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 “돌봄노동, 복지 아닌 사회 인프라로 봐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돌봄체계가 여전히 ‘여성·비정규·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돌봄 종사자의 60%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절반 이상이 근속 1년 미만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돌봄을 생계형 임시직이 아닌 숙련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돌봄을 국가 기반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독일은 ‘돌봄직업개혁법’을 통해 요양·간병·가정돌봄을 통합한 국가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일본은 근속연한과 자격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경력사다리 제도를 도입했다.
OECD는 “돌봄노동을 사회적으로 보상할수록 서비스 품질과 인력 안정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복지부는 내년 예산안에 최중증 장애인 돌봄 종사자의 수당을 월 5만 원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조한진 대구대 교수는 “최중증 장애인 돌봄 종사자에게 월 5만 원을 더 주는 수준으로는 인력난 해결이 어렵다”며 “예산 확보를 통한 적정 임금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빠진 통합돌봄에 미래는 없다”
서영석 의원은 “보여주기식 처우 개선 대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활동률 제고, 청년층 유입, 임금 현실화, 교육제도 개선을 포함한 전면적인 제도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의 구조를 방치한다면 돌봄 현장은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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