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개인 건강 넘어 건보 재정 흔들다…11년간 의료비 40조원

흡연이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년간 흡연으로 인해 지출된 건강보험 의료비가 4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면서, 흡연의 사회적 비용이 다시 한번 수치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 규모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누적 의료비가 약 40조7000억원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지역 보건-서태평양 최근호에 실렸다.
2024년 한 해에만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는 약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약 82.5%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 비용으로, 흡연의 영향이 개인 치료비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흡연율이 감소하는 흐름 속에서도 관련 의료비는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흡연 관련 의료비는 2014년 약 2조9000억원에서 2024년 약 4조6000억원으로 10년 사이 약 69% 증가했다. 과거의 흡연 노출이 시간이 흐른 뒤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며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접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남성의 흡연 관련 의료비는 대부분 직접 흡연에 따른 것이었지만, 여성의 경우 흡연 관련 의료비의 약 48%가 간접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피해가 흡연자 본인에 그치지 않고 주변 비흡연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흡연 관련 의료비의 약 80.7%가 50~79세에서 발생했다. 젊은 시절의 흡연이 수십 년 뒤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질병군별로는 암 관련 의료비가 약 14조원으로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폐암이 약 7조9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폐암 의료비는 2014년 약 4357억원에서 2024년 약 998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장기간 치료와 고가 항암치료가 반복되는 질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는 오는 15일 선고를 앞둔 담배회사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공단은 2014년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 패소 이후 항소를 이어오고 있다. 공단 측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판결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이번 연구는 흡연의 비용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흡연 문제를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닌 구조적 보건 이슈로 바라봐야 할 이유가 다시 한번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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