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당뇨’, 비만보다 사망위험 최대 5배 높아

그동안 당뇨병 치료의 핵심 키워드는 ‘체중 감량’이었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깊이 연관돼 있고, 비만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조절과 함께 체중을 줄이는 데 치료 목표를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이런 통념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저체중인 당뇨병 환자의 사망위험이 비만한 당뇨병 환자보다 오히려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살이 찌면 위험하다’는 단순한 공식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178만 명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드러난 저체중 당뇨병의 위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최훈지 교수,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문선준 교수,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5~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2형 당뇨병 환자 178만8996명을 2022년까지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중증·중등도·경도 저체중부터 정상, 과체중, 경도·중등도·고도 비만까지 세분화해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저체중 그룹의 사망위험은 정상 체중 이상 그룹에 비해 최대 3.8배 높았다. 경도 저체중은 약 2배, 중등도 저체중은 2.7배, 중증 저체중은 3.9배까지 사망위험이 증가했다.
사망원인 분석에서도 비만보다 높은 저체중의 위험성
사망 원인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저체중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 자체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1.9~5.1배 높았다.
단순히 체중이 적은 것이 아니라, 전신 건강 상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변수를 보정한 이후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령, 성별, 소득 수준, 흡연 여부, 운동 습관, 공복 혈당, 당뇨병 유병 기간 등을 모두 고려한 분석에서도 저체중 당뇨병 환자의 사망위험은 비만 그룹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경도 비만 환자의 사망위험을 1.0으로 놓았을 때, 중증 저체중 환자의 사망위험은 5.2배에 달했다. 중등도 저체중은 3.6배, 경도 저체중은 2.7배로, 모든 저체중 그룹이 고도 비만 그룹(1.5배)보다 더 위험했다.
젊은 당뇨병 환자에서 저체중의 악영향 더 크게 나타나
연령별 분석에서는 또 다른 특징이 확인됐다.
저체중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65세 미만에서 6.2로, 65세 이상(3.4)보다 약 1.8배 높았다.
비교적 젊은 당뇨병 환자일수록 저체중의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저체중 당뇨병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고령이거나, 흡연자 비율이 높고, 저소득층에 속할 가능성이 크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비율은 낮다는 점도 함께 분석했다.
이는 저체중이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영양 상태와 생활환경, 전반적인 건강 취약성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무조건 살 빼는 치료보다 영양과 근육 관리가 중요”
홍은경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체중 관리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저체중 당뇨병 환자는 영양 불량이나 근육 소실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상태가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혈당 조절을 위해 무리한 체중 감량을 하기보다, 전반적인 영양 상태를 유지하고 적절한 근육량과 균형 잡힌 체성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인은 서구권에 비해 체질량지수가 낮은 당뇨병 환자, 이른바 ‘마른 당뇨’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맞춤형 관리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BMI 기준, 비만 예방 넘어 사망위험 줄이는 방향으로 재평가 필요
이번 연구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을 통해 저체중 2형 당뇨병 환자의 위험성을 명확히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뇨병 환자의 BMI 기준을 단순히 비만 예방 차원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위험 관리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홍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체중 숫자만 낮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근육량 유지, 전반적인 체성분 균형을 목표로 관리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영양 불량과 근육 감소증,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다루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2023년 1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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