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

겨울철 음주, 한랭질환 위험 높인다
  • 부동희 기자
  • 발행 2026-01-23 14:52

▲ 겨울철 음주 후 느끼는 따뜻함은 실제 체온 상승이 아니라 한랭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착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셔터스톡]

도움말: 한양대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


겨울철 술자리를 마친 뒤 몸이 따뜻해진 것처럼 느껴 외투를 느슨하게 입고 귀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느낌은 실제 체온 상승이 아니라, 한랭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착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2025절기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 겨울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3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랭질환 환자의 69.8%는 남성이었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54.8%를 차지했다. 발생 장소는 길가(25.4%), 집(18.3%), 주거지 주변(14.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랭질환 환자 중 21.3%는 병원 도착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철 술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인식과 달리, 음주가 오히려 저체온증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학적으로 술을 마신 뒤 느끼는 ‘따뜻함’은 체온이 올라서가 아니다. 알코올이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피부로 혈액이 몰려 일시적으로 열감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몸속 열은 오히려 빠르게 외부로 빠져나가고, 체온 유지에 중요한 심부체온은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알코올은 뇌의 체온 조절 기능을 둔화시키고, 추위를 느끼는 감각도 무디게 만든다. 이로 인해 오한이나 떨림 같은 방어 반응이 늦어지고, 저체온증이 진행돼도 본인이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부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저체온증 단계에 접어들며, 판단력 저하와 비틀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근육 강직, 어지럼증, 의식 저하가 동반되고, 심한 경우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음주 후 야외에서 잠이 드는 상황은 한랭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알코올로 인한 졸음과 체온 저하가 겹치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는 “겨울철 음주 후 저체온증 환자 중에는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며 “저체온 손상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술자리가 불가피하다면 외투와 모자, 장갑 등 보온 장구를 충분히 착용하고, 귀가 시 야외 체류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술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생각은 겨울철에는 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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