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량도 줄었는데”…한국인 심혈관 건강 17년째 ‘제자리’

생활습관 개선에도 비만·혈당 악화…젊은층 중심 위험 누적, 예방 전략 필요

▲건강을 위해 술은 줄였지만, 정작 몸은 더 나빠지고 있다. [사진=오픈AI 생성이미지]

(헬스케어저널=강주은 기자) “술도 덜 마시고 생활습관도 좋아졌는데, 왜 건강은 나아지지 않을까.”

최근 한국인의 음주 감소와 건강 중심 생활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건강 수준은 17년째 뚜렷한 개선 없이 제자리걸음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습관은 개선됐지만 비만과 혈당 등 대사 지표는 오히려 악화되는 ‘엇갈린 건강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국제학술지 ‘미국 예방심장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따르면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 교수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7만6255명을 대상으로 ‘심혈관 건강 점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혈관 건강 점수는 2007~2009년 68.5점에서 2016~2018년 65.9점으로 하락했다가 2022~2023년 다시 68.5점으로 회복됐다. 일시적 하락 이후 반등했지만, 전체적으로는 17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연구 기간 동안 대다수는 중간 수준(50~80점)에 머물렀으며, 이상적인 건강 상태(80점 이상)에 해당하는 비율은 21.5%에 그쳤다.

◇ 좋아진 ‘생활습관’, 나빠진 ‘몸 상태’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생활습관과 신체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제시한 ‘심혈관 건강 필수 8요소(Life’s Essential 8)’를 기준으로 생활 습관과 대사 요인을 구분해 분석했다.

식습관, 신체활동, 흡연, 수면 등 생활 습관 지표는 전반적으로 개선되거나 유지된 반면, 체질량지수(BMI), 혈중 지질, 혈당, 혈압 등 임상 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만과 고혈당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건강을 위해 술을 줄이고 생활 습관을 관리하려는 노력과 별개로, 실제 신체 상태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젊은층, 더 위험하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젊은층의 위험 신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20~30대에서는 비만 증가와 낮은 식단 질, 신체활동 부족이 동시에 나타났으며, 남성의 경우 높은 흡연율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향후 조기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식단 점수가 최하위 수준에 머문 것은 ‘젊으니까 괜찮다’는 인식 속에서 자극적인 식습관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70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점수는 낮았지만 일부 지표에서는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였다. 다만 혈당과 혈압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이호규 교수는 “생활 습관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괴리가 심혈관 건강 개선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혈관 건강은 특정 시점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관리돼야 한다”며 “특히 젊은층을 포함한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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